96분이라는 짧지 않은 길이의 영화를 한 번도 끊지 않고 찍은 영화는 지루할까, 신선할까?
적어도 송일곤 감독의 영화 ‘마법사들’을 본 관객들이라면 ‘신선하다’는 쪽을 택할 것 같다.
첫 장편 ‘꽃섬’부터 ‘거미숲’ ‘깃’에 이르기까지 대중성에 편승하지 않은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해 온 송일곤 감독이 또 한 편의 실험 ‘마법사들’로 돌아왔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밤, 두 남자가 강원도 산 속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들은 3년전 여자 멤버 ‘자은’의 자살로 해체된 밴드 ‘마법사’의 또다른 멤버들.
눈이 내리고 날이 저물어 갈수록 이들의 가슴 속에는 ‘자은’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뜨거운 기억이 솟아오른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 틀이다. 영화 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1시간 여를 끊지 않고 실시간으로 뒤따라 가면서 연극적인 기법을 차용한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이같은 모험을 성공하게 만든 것은 과거와 현재의 시공을 넘나드는 시적 리듬과 이를 이어주는 음악이다.
후고 디아즈의 탱고 선율과 러브홀릭의 노래는 디지털로 촬영된 다소 거친 화면에 몽환적인 색깔을 덧 입힌다.
송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배우 장현성과 코미디 배우로 각인된 정웅인의 새로운 면모 등도 눈길을 끄는 이 영화의 매력이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