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사용 인터넷업체 무임승차 안된다"

네크워크 중립성을 둘러싼 통신업계와 인터넷업계의 논쟁이 유럽대륙으로 확산되고 있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치텔레콤, 텔레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통신사업자가 구글·이베이 같은 유명 인터넷 업체에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비용을 별도로 물리는 방안을 추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이치텔레콤, 텔레콤이탈리아 등은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거액의 투자비를 인터넷 업체가 분담하도록 통신법규를 바꿔야 한다고 유럽집행위원회(EC)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업체는 통신업체가 구축한 인프라를 이용해 떼돈을 버는만큼 더욱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덩치에 걸맞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미 미국에서 이슈화된 네트워크 중립성 논란에 불을 지펴 인터넷 업체를 압박하려는 유럽통신업체들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리카르도 페리시치 텔레콤이탈리아(TI) 법무총괄인은 “우리는 인터넷 콘텐츠업체의 인프라 지원을 제도화하도록 EC가 통신법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유럽연합(EU)도 네트워크 중립성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페리시치는 또 “야후·이베이·스카이프 등이 온라인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통신업체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 때문이라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고 인터넷업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유럽최대의 통신업체 도이치텔레콤도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카이 우베 리케 도이치텔레콤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구글 같은 인터넷업체는 지금까지 무임승차만 해왔다”고 비판하며 “그들(인터넷업체)의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결국 통신업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디오서비스등을 위해) 더욱 빠른 통신인프라가 필요한 인터넷 회사는 지분에 걸맞은 비용을 (통신회사에)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터넷 회사는 이 같은 주장이 인터넷의 기본 정신인 네트워크 중립성을 해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망사용료 외에 추가비용을 내게 되면 결국 고객에게 더 많은 비용부담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또 빠른 서비스를 위해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신생 영세 인터넷업체들은 야후, 이베이 같은 거대회사와 경쟁할 기회마저 뺏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 통신업계는 향후 3∼4년간 고화질 TV전송까지 가능한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1000억달러 가까이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업체도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하게 만들려는 유럽통신업체의 로비는 더욱 집요해질 전망이어서 이들 업계 간 줄다리기가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