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기업 발렌베리가의 신화=이 책은 무려 5세대에 걸쳐 세습경영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자 유럽 최대의 산업왕국을 건설한 스웨덴의 발렌베리가를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
발렌베리는 지난 150년 동안 스웨덴의 산업과 금융을 지배해온 유럽 최고의 재벌 가문이다. 쉽게 말해 기업의 규모와 전통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는 ‘스웨덴의 삼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언론에는 지난 2003년 여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전격적으로 발렌베리의 모기업인 인베스터를 찾아가면서 집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렌베리와 삼성의 위상은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발렌베리는 소유기업만으로도 스웨덴 주식시장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막강한 경제적 파워를 갖고 있지만 적대감은커녕 스웨덴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존경받는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공화국’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발렌베리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알려진 발렌베리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발렌베리가 어떻게 기업을 일궈왔고, 어떻게 경영하는지, 또 어떻게 사회와 성공적인 관계를 맺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 책은 현직 경제기자의 눈으로 분석한 발렌베리 가문의 성공비결을 통해서 한국 최대의 재벌 삼성의 미래상을 제시하려는 흥미로운 시도와 내용을 담고 있다.
발렌베리의 역사는 후발산업국 스웨덴의 발전과정과 일치한다. 스웨덴은 북극권에 속하는 척박한 토양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전 국토의 10%에 불과한 빈국이었다. 1857년 발렌베리는 스웨덴 최초의 민간 상업은행을 탄생시켜 국내외의 자금을 끌어모음으로써 19세기 말 스웨덴 산업화의 기적을 뒷받침했다. 은행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발렌베리는 유망한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점차 강력한 산업왕국으로 변모해 갔다.
1부에서는 이후 시작된 발렌베리의 150년에 걸친 역사를 살펴보고 안정적인 승계전략, 투명경영과 사회공헌 등 성공비결을 분석한다. 특히 직접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트럭업체 스카니아,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 전투기업체 사브 등 14개의 핵심 자회사를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비결을 설명한다.
2부에서는 국내의 대표적 재벌기업인 삼성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보고 발렌베리와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서 바람직한 기업상을 제시한다.
최근 삼성그룹이 8000억원 사회헌납 등 이른바 ‘반삼성 분위기’를 달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나온 이 발렌베리의 모범적인 기업 성장사 이야기는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경영철학, 기업가 정신, 사회공헌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에게 신선한 화두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존경받는 기업의 표본인 발렌베리가의 모든 것을 철저히 분석해 사회적 존경에 목말라하는 경제계에 해법을 제시해 보려는 저자의 시도는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장승규 지음, 새로운 제안 펴냄, 1만원.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