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초고속망사업자들에게 사실상 자의적으로 망대여 가격을 산정할 수 있도록 용인하면서 미국 통신·인터넷업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 중견통신·인터넷사업자들은 기존의 ‘합리적인 가격’에 망을 대여토록 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버라이즌의 탄원이 사실상 수용되자 FCC를 제소했다.
29일(현지시각) C넷에 따르면 콤텔·스프린트넥스텔 등은 경쟁관계인 미국 2위의 거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네트워크 사업규제를 대폭 풀어준 FCC의 규제완화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제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평한 회선임대 의무없다=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말 버라이즌은 자사 네트워크를 경쟁사에도 공평하게 개방토록 한 통신규제를 철폐하라며 FCC측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민주, 공화계 위원 간의 공방속에 결론을 못내리던 FCC의 케빈 마틴 FCC의장이 “버라이즌의 탄원에 따라 관련 규제안을 철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탄원서가 접수된 지 15개월내 공식 응답이 없으면 수락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FCC규정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버라이즌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경쟁사에 공평하게 빌려줘야 할 의무에서 벗어나게 됐다. 즉 컴텔, 스프린트 넥스텔 같은 기업고객에게 네트워크 임대비용과 조건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 낙후한 지역의 통신인프라 개선을 위해 납부해온 ‘보편적 서비스펀드(Universal Service Fund)’도 버라이즌은 더 이상 낼 필요가 없다는 선물까지 추가됐다.
버라이즌의 논리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초고속 네트워크를 경쟁사와 공유해야 한다면 누가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겠냐는 것이었다.
이같은 조치는 평소 네트워크망에 직접 투자하는 회사가 인센티브를 가져야 한다는 케빈 마틴 의장의 소신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의 조나단 알스타인 FCC위원은 “버라이즌에 대한 특혜는 고객들의 재정부담을 높이고 선택의 기회를 제한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통신·콘텐츠 사업자 반발=버라이즌의 네트워크를 임대해 각종 통신사업과 콘텐츠 사업을 해 온 회사들도 부당한 특혜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콤텔의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는 “우리는 FCC가 독점적인 통신업체의 이익을 위해 공익을 지키는 책임을 방기했다고 믿는다”면서 FCC는 버라이즌에 대한 특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콤텔의 얼 컴스탁 CEO는 “소비자 권리가 버라이즌의 재정적 이익에 따라 휘둘리게 됐다”고 경쟁체제를 훼손하는 FCC조치가 철회되도록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파만파 예고=이번 조치에 따라 AT&T, 벨사우스 등도 버라이즌이 획득한 규제완화에 크게 고무돼 FCC측에 비슷한 규제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AT&T의 탄원에 FCC가 늑장을 부릴 경우 버라이즌은 연1500억달러의 기업용 통신시장에서 당분간 독점적인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