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업계 케이블카드 갈등 재연되나

 국내 케이블TV업계와 방송장비·솔루션업계가 다음주 정보통신부에 디지털 케이블TV 기술기준인 ‘케이블카드 의무 장착’ 조항을 변경, 선택사양으로 요청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정통부와 업계가 갈등해 온 케이블카드 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인 티브로드를 비롯해 씨앤앰커뮤니케이션·CJ케이블넷·HCN·큐릭스·브로드밴드솔루션즈(BSI)·온미디어계열MSO 등 주요 MSO을 주축으로, 삼성전자·휴맥스 등 셋톱박스업체, NDS·에이스텔 등 수신제한시스템(CAS)업체들이 이달 ‘케이블카드를 의무 장착토록 한 정통부의 디지털 케이블TV 기술기준을 선택(옵션)사항으로 변경해야한다’는데 합의했다. 업체들은 다음주 이런 내용을 정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케이블카드 논란=케이블카드는 유료방송의 핵심인 CAS 기능을 모듈화한 카드다. 국내에선 스마트카드+POD모듈 형태로 사용한다. 정통부 기술규격에 따라 현재 모든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에겐 케이블카드가 분리 의무 장착된 셋톱박스가 보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오픈케이블 방식을 기술규격으로 받아들인 상황으로, 오픈케이블 방식은 특정 CAS가 셋톱박스 시장을 장악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분리형 케이블카드 의무 장착을 제시했다.

2∼3년전 씨앤앰커뮤니케이션 등 MSO를 중심으로 △케이블카드 의무 장착으로 셋톱박스 비용 부담 증가 △미국의 케이블카드 유예 등을 들어 의무 장착을 반대했다. 당시엔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정통부가 의무화를 고수했다. 지난해 2월 CJ케이블넷이 오픈케이블 방식으로 세계 첫 디지털방송 상용화에 나선 이래 모든 SO가 이를 따랐다.

◇디지털화 걸림돌=2004년 1월부터 시행중인 의무 장착을 올해 다시 MSO들이 거론하는데는 디지털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운영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센터장은 “의무 장착하는데 셋톱박스당 5만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들어 셋톱박스가 25만원대까지 가격이 오르는데다 케이블카드 고장률도 10∼15%”라며 “경쟁상대인 IPTV는 이런 제한이 없어 셋톱박스가 10만∼15만원”이라고 말했다.

오픈케이블을 제안한 미국조차 케이블카드 의무 장착을 2007년 7월까지 유예했으며 지난해부턴 새로운 대안으로 다운로드블CAS(일명 D-CAS)가 거론되고 있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케이블카드를 의무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럴 경우 당초 정책 취지인 ‘오픈케이블 채택을 통한 국내 방송장비·솔루션업체의 미국 진출 지원’ 의미도 퇴색될 전망이다.

◇전망=정통부가 건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SO업계는 △케이블카드를 선택사항으로 한다해도 당분간 케이블카드 장착 셋톱박스는 보급되며 △새 조류인 D-CAS에 대한 대비 △HD셋톱박스 보급 △디지털 케이블방송 활성화 등을 근거로 기술기준 변경에 기대를 걸었다. 정통부 관계자는 “관련 산업계, 일테면 케이블카드 개발업체나 제조업체의 의견도 들어보고 정부 정책방향성이나 변경시 부작용 여부 등까지 모두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