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사업 전략으로 각광받아온 정보기술(IT) 프로젝트가 ‘5.31’ 지방선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30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IT강국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추진해온 모바일 특구나 해외 유명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설립 등이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들의 과열된 유치 경쟁에 멍들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부처와 지자체는 성사단계에 이른 R&D센터, 생산공장 등이 무산되거나 IT프로젝트 자체가 전시용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선거 바람에 사업진행 ‘시계 제로’=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는 M1과 벨연구소 유치. M1 프로젝트는 정보통신부가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을 선도해나가기 위해 2010년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넘버원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사업이다. 핵심은 차세대 모바일 환경 구현을 위한 모바일 특구 구축이다.
또 아시아 지역 최초로 한국에 R&D센터 설립을 진행중인 벨연구소는 지금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도 11명이고, 지난 1947년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바 있는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연구소다.
두 가지 모두 설립 지역은 관련기업 유치 등 IT산업의 메카로 부상하는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사업이다.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거용 작품(?)이다. 두 프로젝트에는 현재 2∼6개가량의 지자체가 매달리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에 관련 공무원들은 “진행된 상황이 없다”고 공식 표명했다. 유치지역은 특히 더 그렇다. 자칫 어디로 결정됐거나 결정될 조짐이 보이면 여러 곳에서 유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방위 로비 압박=이런 유치 경쟁에는 선거 출마 예정자는 물론이고 각 지역 국회의원, 전직 장관 등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동원되고 있다.
실무를 추진하고 있는 관계자의 표현대로라면 상하좌우 등 전방위 공략에 대응하느라 업무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실제 정보통신부의 한 사무관은 R&D센터 유치 진행상황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없고,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는 ‘있어도 없다’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정부 기관 관계자도 “각 지역 언론은 물론이고 정치인, 전직 장관과 고위 공무원 등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특정지역 유치를 위한 청탁(?)이 들어온다”며 “부처 관계자에게 실무보다 이를 대처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견 IT업체 한 사장은 “모바일 특구와 유명 R&D센터 유치는 5년, 10년 후 한국 IT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며 “특정지역이 아닌 한국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