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를 연구개발(R&D)과 고급 기업지원서비스가 결합된 혁신주도형 클러스터로 탈바꿈시키는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역시 미니클러스터라고 볼 수 있다.
미니클러스터는 그동안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하고 기업의 애로과제를 발굴해 해결하는 한편, 기업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운영하면서 한국형 혁신클러스터 성공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로 유명한 구미산업단지에는 총 10개의 미니클러스터가 구성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에 발족한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는 구미산단의 주력제품인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관련 자동화 설비 및 반도체 장비제작관련 기업과 대학교수, 지원기관 관계자 55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브 미니클러스터까지 합치면 총 회원은 77명에 이른다.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가 가장 활발한 이유는 관련분야 산업현황에서 알 수 있다. 디스플레이와 모바일의 완성품은 사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부품소재와 장비의 국산화율은 현재 40%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는 이처럼 완성품에 비해 취약한 부품소재 및 장비부문에 R&D를 접목해 완성품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함은 물론, 중소협력업체에 R&D역량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이다.
이 클러스터는 지난 한 해 동안 13회에 걸친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했다. 또 대학과 회원사의 공동연구개발사업(맞춤형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 5건의 과제를 수행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제품으로 나와 대기업 등에 납품한 상태이다.
공동기술개발사업으로 ‘8인치 ASC 웨이퍼 자동박리시스템’을 개발한 영상엔지니어링의 장기영 공장장(41)은 “이번 시스템 개발을 기반으로 향후 6, 12인치 웨이퍼용 시스템 개발도 가능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연간 10억 원 이상의 매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는 또 회원사를 직접 찾아가 생산현장에서 느끼는 애로기술을 해결해주는 현장애로기술과제도 지금까지 4건을 수행했다.
특히, 회원사를 교대로 방문하면서 공동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회원사 상호방문 프로그램은 생산과 인력, 자금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클러스터 활성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박광석 구미산단 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56)은 “앞으로 미니클러스터 회원 간의 방문을 활성화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클러스터 내에 소규모 워킹그룹을 구성, 산학 공동협력체제 구축의 기반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미니클러스터는 또 지난달 초 금오공대에서 ‘3D 캐드 모델링 및 CAE 방법론’이라는 주제로 산학연 실무자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해 회원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는 추진단의 지원을 받아 이 같은 실무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확대운영할 방침이다.
◆인터뷰-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 김기홍 회장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공동연구개발사업과 기술이전, 현장기술지도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특히 공동연구개발사업은 추진단 사업에 국한하지않고 정부의 대형과제를 따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김기홍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 회장(46·구미 1대학 교수)은 “올해는 회원사의 R&D역량강화에 모든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혁신클러스터 추진단과 함께 회원사들이 이노비즈기업에 선정되고, 부설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엔 회원사 가운데 1개 기업이 부설연구소를 개소하는데 그쳤다”며, “현재 회원사 대부분이 자체연구소를 희망하고 있지만 연구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고급인력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 때문에 지역의 모바일 및 디스플레이 분야 장비업체들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지역 대학이 맞춤형 인재양성을 통해 이들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력들의 대기업 선호도가 높아 쉽지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지역 대학들은 자체 연구역량을 최대한 지역의 중소기업들에게 나눠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추진단도 기업들의 부족한 R&D기능을 보충하기 위해 미니클러스터 회원사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고급 교육과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원사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분기별로 워킹그룹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워킹그룹은 기업애로사항 발굴에서부터 중기청과 산자부 등 정부지원 연구개발과제를 도출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또 “올해는 디스플레이 및 모바일 관련 대기업과 중견기업 및 소기업 CEO간의 만남의 장을 마련해 CEO간 실질적인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무엇보다 기술동향과 정보교류 등 회원사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추진단과 함께 전문가 초청 세미나와 정책 및 경영포럼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학협력 연구개발 사업, 자리매김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가 거둬들인 성과 가운데 산학협력을 통한 공동연구개발 및 현장애로기술 해결사업은 지난 1년의 사업성과 가운데 가장 눈에 띈다.
공동연구개발 및 현장애로기술사업은 회원사와 대학이 필요한 연구과제를 발굴해 신청하면 혁신클러스터추진단이 자금을 지원해 개발에 착수하는 시스템이다. 공동연구개발은 과제당 최고 2억 원을, 현장애로기술사업에는 3개월 과정에 4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는 공동연구개발사업으로 지금까지 모두 5개의 과제를 발굴해 대부분 연구개발을 마쳤다. 이 가운데 영산엔지니어링이 주관하고 협력업체인 썬테크가 참여한 ‘8인치 ASC 웨이퍼 자동박리시스템’ 개발과제는 최근 제품이 출시돼 대기업에 납품까지 했다. OLED 및 반도체관련 자동화 설비인 이 시스템은 웨이퍼를 박리하고, 박리한 웨이퍼를 세정한 다음 카세트에 자동으로 이송해주는 장치이다.
또 대일정공이 주관하고 윤태혁 구미1대학 교수가 수행한 ‘PDP 히트 씬크 아세이(Heat sink A`SSY) 검사용 검출기’는 육안에 의존하던 기존 검사방법을 자동화한 장치로 검사속도와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장비 개발로 관련기업들은 평균 20%∼30%에 이르던 검사불량률을 1% 이하로 줄임으로써 재검사로 인한 물류비와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외 미우엔지니어링(참여기업 KIT)도 이번 공동연구개발사업을 통해 ‘멀티 PDP용 그라스의 초정밀 가공장치’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으며, 대윤FA도 ‘반도체 웨이퍼 연마용 캐리어의 두께 측정 자동화 장치’를 개발 국내 반도체관련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현장애로기술사업에도 대일정공과 미우엔지니어링 영상엔지니어링 등 회원사들이 PDP와 반도체 웨이퍼 등 분야에서 과제를 신청해 애로기술을 해결했다.
성현찬 메카트로닉스 미니클러스터 간사(39·구미단지 혁신클러스터추진단 산학협력팀 과장)는 “R&D역량이 부족한 회원사들이 공동연구개발과 현장애로기술사업을 통해 기술혁신을 꾀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업을 확대해 회원사들의 연구인프라 구축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