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새로운 IT문화를 만들자](https://img.etnews.com/photonews/0604/060405015405b.jpg)
초고속 인터넷 확산으로 시작된 IT강국 한국은 이제 한 단계 도약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폰 시장은 포화상태다.
IT성장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산업 역시 여전히 세계 1위를 지키며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있지만 일본·대만 등의 국가에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반도체산업은 제조업 특성상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고부가 가치가 예상되던 한국 소프트웨어(SW)산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플랫폼과 서비스 구현에 많은 역할을 하는 SW산업은 핵심 솔루션을 개발하지 못한 채 개발자 인건비 지급도 힘든 상황이다.
이렇듯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던 한국 IT산업은 내외적인 문제로 어려움에 맞닥뜨리고 있다. 한마디로 정체성 혼란과 급성장에 따른 ‘성장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국 IT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기존 한국의 IT산업 추진방식과 육성 노력을 한번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변화시키고 그것으로 확산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 이 때문에 와이브로·DMB 등 기술은 우리가 세계 표준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 2%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제품 양산과 기술 확보는 필수적이지만 이것만으로 새로운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경쟁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나는 이중 하나로 새로운 IT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것을 주문한다.
기업의 IT인프라는 경영 문화를 변화시켰다. PC 네트워크화는 인터넷 문화를 창출했으며 이런 과정에서 단순 기술적·사업적 접근이 아닌 문화적 접근을 시도한 나라와 기업은 새로운 창조와 지속적 기회를 향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이미 인터넷 시대, 컨버전스 시대를 넘어 유비쿼터스 시대에 당면해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우리는 IT산업이 아니라 IT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행스런 것은 우리는 이미 IT문화를 선도하고 이를 육성해갈 만한 ‘깜냥’이 있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를 유비쿼터스 기술로 무장해 문화의 변화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u시티’ 사업, 가정생활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홈 네트워크 사업’, 수동적인 거실 TV 문화를 능동적으로 바꿔 줄 ‘IPTV 사업’ 등 현재 한국 IT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를 하나의 연관된 사업으로 연결하고 만들어 나가면 IT문화를 창출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프라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사업방식에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과거 IT산업 기준을 정하고 규제를 만들고 허가를 담당하는 ‘직접적 역할’에서 기본적인 장을 만들고 플레이어(사업자) 간의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기반만 조성하는 ‘간접적인 역할’로 변화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문화에도 변화가 중요하다. 대기업은 기업 간 협력으로 시장 틀을 만들고 육성해야 할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로써 단기적인 이익보다 국내 IT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 개념을 숙지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도 IT산업 육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들은 산업 윤활유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빠른 변화로 시장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너지가 최대한 발휘되면 한국 IT문화는 한 단계 진보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다면 세계표준 경쟁에서 점차 밀려날 것이다.
이렇듯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새로운 IT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새로운 IT문화를 육성함으로써 한국은 더욱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IT강국 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다질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은 내부에서부터 시작된다.
◆박진식 KT 인재경영실 상무, jinpark@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