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퍼블리싱시장 `풍요속의 빈곤`

‘다작(多作)속의 흉년’

온라인게임시장에 어느해 보다 많은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퍼블리싱(배급·유통)시장에선 판권을 확보하지 못해 아우성인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IT기업까지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사업에 가세, 시장경쟁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게임 공급 측면에선 이렇다할 기대작들이 배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마음 먹고 게임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뭉칫돈을 갖고도 내놓을 게임의 배급권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게임 수급에도 ‘양극화’= 기대작 부족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유망작이 넥슨, 네오위즈, CJ인터넷 등 대형포털에 이미 대부분 입도선매된 탓이 크다. 될 만한 게임은 이미 퍼블리싱 시장에 남아있지 않는 셈이다.

 물론 이 중에는 게임의 시장성과 장래성이 떨어져 일단 ‘접어 놓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상 이름이 거론될 수 있는 게임은 메이저들의 손에 벌써 들어가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소규모 프로젝트 개발이 아예 사라진 것도 없는데 왜 퍼블리싱시장에 게임이 없을까. 대형화·고품질 추세가 시장경쟁과 함께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받쳐주려면 어느 정도의 개발사 역량과 규모가 필수인 상황이 된 것이다. 삼각형 시장구조의 맨 아랫부분을 이런 ‘함량 미달’ 게임이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개발사의 직접 서비스도 한몫= 인기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의 개발사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부터는게임을 독자적으로 서비스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인기절정의 1인칭슈팅게임 ‘스페셜포스’의 개발사 드래곤플라이, 국민 골프게임 ‘팡야’의 엔트리브소프트 등 유력 개발사들이 차기작에 대해서는 독자서비스로 돌아서려는 것도 잠재적 퍼블리싱 물량을 줄이는 직접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소규모 개발사로 출발해 퍼블리싱을 통해 게임을 성공시킨 뒤 독자 서비스업체로 발전해 가는 것은 재론의 여지없이 시장논리에 맞는 성장순서다. 하지만 역으로 게임 개발에 전념하는 업체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10대1’에서 ‘100대1’ 환경으로= 불과 1∼2년전만 하더라도 게임 10개중 1개는 성공한다는 가설이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100개중 1개가 성공할까 말까’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퍼블리셔의 손에 대중적 인기와 상용화, 과금모델까지 성공으로 이어질 게임이 낙착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개발에서부터 서비스까지 도맡고 있는 대형 게임업체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적게는 1∼2년, 많게는 3년 이상씩 공을 들여 내놓는 신작 대형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