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웟슨, 이리와 보게(Watson-come here-I want to see you.)”
1876년 3월 사람의 목소리를 전선을 통해 전달하는 시험에 성공한 순간 스코틀랜드 출신의 29살 남자가 옆방에 있던 조수에게 외쳤다. 1843년 새뮤얼 모스가 개발한 전신에 30여년간 의존해 오던 원거리 통신시대에 마침표를 찍는 소리였다.
그가 전화의 발명자 바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다. 전화의 발명은 당시 텔레그래프로 성장한 통신의 거함 웨스턴유니언텔레그래프를 붕괴시키고 벨의 후신인 AT&T라는 거대통신회사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벨은 에디슨과 엘리샤 그레이를 고용해 특허소송을 건 웨스턴유니언의 공세를 견디면서 특허를 지켜내고 결국 AT&T로 거듭난다. 1925년 AT&T 사장이던 월터 지포드가 현재의 AT&T벨연구소의 전신인 저 유명한 벨연구소, 즉 벨랩(Bell Labs)을 설립한다.
‘뉴저지 머레이힐’은 1947년 쇼클리, 브래튼, 바딘 삼총사가 반도체를 발명한 벨연구소 소재지다.
벨랩이 반도체 개발에 나선 이유 가운데 하나가 AT&T 전화교환수들의 교환기 성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개발 일화도 있다. 게르마늄 반도체의 증폭기능을 이용한 첫 제품이 보청기라는 점도 농아학교 교사였던 벨의 경력을 알면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도 흥미롭다.
엊그제 세계 3위 통신장비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가 2위인 프랑스의 알카텔과 합병 합의를 발표해야만 했다. 그래봤자 1위 시스코에 간신히 근접하는 연간 250억달러짜리 회사가 된다.
1996년 당시 AT&T·웨스턴일렉트릭·벨랩이 함께 분사해 만든 통신장비회사인 루슨트테크놀로지는 당초 AT&T의 경쟁회사에 장비를 팔아 더 이익을 내기 위해 분사됐지만 이제는 스스로 살아남기에도 바빠 통합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1984년 시스코가 포맷이 다른 컴퓨터 간 네트워크통신을 가능케 하는 라우터회사로 출발, 1990년 상장을 하면서 인수합병으로 어느새 세계 최대의 통신회사로 우뚝 서는 동안 두 거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국제기획부·이재구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