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황우석 사건의 잔재

이은용

 또다시 ‘황우석 논문 사건’을 놓고 이것저것 고민해야 할 때인가 보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황우석’이라는 이름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황우석 지지자들은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 테이프가 국면을 전환(?)할 만한 파괴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의 확인되지 않은 수사 내용이 여러 갈래 떠돌기도 한다. 그야 뭐, 지켜볼 일이다.

 세계 과학계는 이미 ‘황우석과 그의 논문에 대한 사형 선고와 집행’을 끝냈다. 2004년 2월, 세계 처음으로 복제한 인간배아로부터 사람의 몸 각 부분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경천동지할 논문’이 거짓말로 드러나서다. 과학계는 더도 덜도 없는 응징을 끝내고 제2의 황우석을 막아내기 위해 고민한다. 그래서 과학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잔재(殘滓), 즉 우리나라 사정당국의 ‘사법적 판단’이라는 찌꺼기만 남았다. 찌꺼기만 남았으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은 찌꺼기가 심상치 않다. 어쩌면 우리에게 또다시 ‘황우석 사건’을 곱씹게 하는 원인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과학정책 중심지인 과학기술부 홈페이지(http://www.most.go.kr)에 접속해 보자. 첫 화면 중심부에 배치된 ‘자랑스러운 과학기술인’을 클릭하면 각종 포상제도 중 머릿상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이다. 2003년 시작된 대통령상으로 1인당 3억원을 준다. 그야말로 국내 최고과학상이다. 그런데 제2회(2004년) 수상자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다. 여전히 ‘세계 처음으로 (중략)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해 자랑스러운 과학자’로 설명돼 있다. 같은 연구성과(?)를 통해 2004년에 황 전 교수와 그의 연구팀 11명에게 수여한 ‘과학기술 1등급 훈장 창조장’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과학 꿈나무들에게 ‘모범으로 삼으라’는 얘기인가. 과기부는 4월 21일, 제39회 과학의 날 전에 황 전 교수로부터 상을 회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훈장은 11명이나 묶여 있어 고민의 골이 깊다. 이제는 ‘황우석 사건의 잔재’를 과학적·객관적으로 제대로 씻어내야 할 때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