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신입사원 채용시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인증받은 대학의 프로그램 졸업생에게 면접 점수의 10%까지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잘 알다시피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부동의 매출순위 1위 기업이며, 200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39위 안에 들어가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따라서 당사자인 공대 졸업예정자나 일반 국민은 삼성의 이 같은 결정에 호기심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삼성전자에 지원하는 공대 졸업생이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통과하고 면접을 보게 될 때 이 10%의 가산점이 ‘합격을 보장한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에게는 이 ‘교육인증’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기업의 ISO인증은 이제 보편화된 상식이지만 교육에도 인증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의미로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교육 후진국이다. 선진국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대학의 각 학문 분야에 인증제도를 도입해 교육의 질을 관리해오고 있다. 미국 고등교육 평가 인증기구(CHEA), 영국 고등교육 품질보증기구(QAA), 프랑스 대학평가기구(CNE) 등이 대표적인 기관이다.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기관 산하에 각 학문분야 평가기구가 속해 있다.
학문에 경중이 따로 없겠지만 국가의 산업생산성과 직결되는 공학분야는 그중에서도 각 나라가 심혈을 기울여 교육과 졸업생의 수준 관리를 해오고 있는 분야다. 어찌 보면 이러한 역사를 가지고 대학 교육의 질을 관리해온 선진국이 있어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의 틈바구니를 뚫고 들어가기가 힘겨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 8월에 설립된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그동안 22개 대학 130여 학과를 인증했다. 올 3월부터는 서울대·고대 등 8개 대학이 신규인증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그동안 우리나라 공학교육을 개선하고자 동참해준 각 대학의 많은 교수와 공인원 임원의 헌신적인 노력의 대가로 지난해 6월에는 세계 공학교육 협의체인 워싱턴 어코드(Washington Accord)에 준회원으로 가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교육인적자원부 위탁으로 대학교육협의회가 수행해오던 학문분야평가 중 공학분야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평가하게 됐다.
이제 각 대학은 두 기관의 평가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 없이 공인원의 국제적 통용기준에 맞는 교육만 잘하면 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지금까지의 공인원 인증평가에서 제일 부족했던 점이 평가자로서의 산업체 인사 참여도다. 1934년 설립된 미국의 공학분야 인증평가기구인 공학교육기술인증위원회(Abet)은 대학 평가시 평가자로서 대학교수와 산업체 인사의 구성비가 50 대 50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산업체에 공인원 평가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호소해 왔지만 기업 엔지니어의 참여율이 전체 평가자의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에서 중견급 엔지니어가 대학 현지방문 평가로 최소한 2박 3일의 자리를 비우는 것이 얼마나 회사에 손해를 줄 것인지는 짐작이 가는 바다. 그러나 양질의 졸업생이 배출됐을 때 최종 수혜자는 결국 기업이지 결코 대학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까지는 교육에 대한 산업체의 비난을 교수들이 인정하고 감수했지만, 산업체 인사가 이러한 참여호소를 묵살한다면 과연 계속해서 대학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교육은 대학의 교수만의 책임일까.
이제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우리 기업과 기업인도 공학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삼성전자의 면접 10% 가산점제도 도입은 대학사회에 신선한 충격과 용기를 주는 빅 뉴스였다. 이제 국민소득 연 3만달러의 선진국 진입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산·학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협조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본다.
◆홍의석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수석부원장 ushong@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