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공작기계 기술의 새로운 변화

[열린마당]공작기계 기술의 새로운 변화

 현대인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각종 문명의 이기와 만나게 된다. TV·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교통안내 방송을 듣고 냉장고를 열어 계절과 관계 없이 각종 채소 즙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는 자동차나 지하철에 몸을 맡긴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휴대폰으로 오락을 하는 젊은이, e메일을 확인하는 직장인, MP3로 음악을 듣는 학생…. 그리고는 일터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자동판매기에서 모닝커피 한 잔을 꺼내 든다. 언제부터인가 변해버린 우리 일상과 너무나도 익숙해진 각종 기기들. 어느 날 이러한 기기가 모두 사라진다면?

 자동차·배·비행기·우주선 그리고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도대체 이러한 기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구심을 가져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계를 만드는 것도 기계일까.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기계도 그것을 있게 한 모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인간에게 ‘어머니’가 있듯이 기계도 ‘어머니’가 있는데 이것이 곧 ‘마더 머신’으로 부르는 공작기계다. 우리 주변의 기계는 모두 공작기계가 만들어낸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불러온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1775년 존 웰킨슨이 개발한 구멍가공용 공작기계로부터 실질적인 생명을 얻게 됐다. 이후 공작기계의 역사는 산업혁명을 거쳐 전쟁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미국의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무기 생산을 위한 공작기계가 개발되기 시작해 1797년 헨리 모즈레이의 선반을 비롯, 1827년 밀링머신, 1868년에는 연삭기가 개발되기에 이른다.

 이후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공작기계는 점점 다양해지고 더욱 정밀해지기 시작하다가 전기·전자 산업 발전과 함께 점점 지능을 갖게 돼 오늘날에는 반도체에서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공장은 기계를 만드는 공작기계만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 초 경인철도가 들어서면서 철도 보수용 공작기계를 들여온 것이 현대적 공작기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가장 기본적인 공작기계인 선반을 최초로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은 40년이 흐른 1940년에 이르러서였다. 실질적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시책에 따라 창원공단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였다.

 초기에는 군수품·철도 등 방위산업과 연계해 생산됐으나 이후 자동차·선박·가전에 이어 최근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치·우주산업·인공관절·레이저에 이르기까지 신산업의 구현 수단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공작기계의 이러한 신산업 연계특성은 특정 국가의 산업수준 평가를 공작기계 기술수준으로 대신하게 하기도 한다. 공작기계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산업이라는 의미인데 일본·독일 등이 세계 1, 2위 공작기계 산업국가라는 점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더욱이 IT·BT·NT·RT 등 미래 신산업 분야의 성장이 앞으로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성장동력의 근간은 이들 산업의 모체인 공작기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초석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온 숨은 공로자요, 앞으로도 국가산업을 이끌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할 공작기계산업이 CDMA· HDTV 등 화려한 신산업 결과물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천한 역사의 우리나라 공작기계산업이 이미 수출 10억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수출 6위, 생산 7위 국가로 급성장하고 있음은 우리 제조업의 미래를 밝게 하는 청신호라 볼 수 있다.

 최근 기계가공의 응용분야가 의료기기·정보기기·미소광학·분자조작기기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며 정밀도는 나노미터(100만분의 1㎜) 수준까지 요구되고 있는 등 초정밀 초미세 기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 공작기계기술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jhoon@moc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