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우리의 대북·통일정책 방향

[통일칼럼]우리의 대북·통일정책 방향

 독일의 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통일을 이뤄낸 궁극적인 추진력이 바로 동독 주민에게서 뿜어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주체가 되고,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의 물질적 복지를 약속한 사회주의 체제에서 동독 주민이 겪었던 40여년간의 체험을 통해 그들 마음 속에 형성된 근본적인 체제 비판과 거부가, 정치·경제·사회복지 등 사회 모든 측면에서 서독 체제가 훨씬 우월하고 인간적이란 현실 인식으로 바뀌어 동독 주민을 움직임으로써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던 것이다.

 동독 주민의 힘은 동독 일부 지식인이 주장한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 그리고 급작스러운 사태발생에 서독 콜(헬무트 콜) 정부가 과도적으로 밝힌 점진적 통일이란 두번째의 장벽마저 허물어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1990년 3월 18일 선거에서 서독과의 신속한 통일을 확인했다. 독일 통일은 서독 민주사회를 자신들의 지향체제로 깨닫고 선택한 동독주민 의지의 산물이었다. 예기치 못했던 동독의 대변혁과 급박한 사태 진전에 서독 콜 총리는 1989년 11월 28일 양독 간의 평화공존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동독체제를 사회적 시장경제로 개혁한 이후 자연스러운 발전과정을 거쳐 정치적 통합을 이룩한다는 10개 조항의 ‘독일통일계획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변혁운동을 주도했던 일부 동독 지식인은 동독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을 주장했고, 동독 주민들은 서독 정부가 이 같은 미온적인 통일정책을 발표하자 베를린장벽 붕괴 당시 부르짖었던 운동구호 “우리가 바로 국민이다”를 1989년 12월∼1990년 1월에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로 바꾸면서 서독과의 조속한 통일을 요구했다. 그리고 자유로의 행군을 시작했던 동독 주민은 동독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실시됐던 자유총선에서 서독체제로의 조속한 통일 요구를 표출했던 것이다.

 물론 동독 주민의 열망 외에 독일 통일이 서독의 외교적 노력의 산물이었음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서독은 동독 총선에서 확인된 동독 주민의 통일에 대한 민의를, 민족자결을 원칙으로 천명한 전승 4개국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했으며, 이후 다차원적인 외교적 노력을 전개해 전승 4개국과 관련 주변국으로 하여금 통일 독일의 군사·안보적 위상에 관해 합의하지 않을 수 없게 함으로써 통일을 앞당겼다.

 독일 통일의 경험은 결국 우리에게 다음 사실을 말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의 궁극적인 동력은 북한 주민에게서 뿜어져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과 통일을 염원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주민이 여기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무력적 수단이 아니고서는 한반도 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통일은 북한 주민이 우리 사회를 그들이 좀더 잘 살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체제로 인식하고, 우리를 더불어 함께 살고 싶은 동포로 받아들일 때 실현될 수 있다. 우리와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체감할 때 북한 주민은 통일을 향한 행진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시각에서 추진해야 할 현 단계 대북정책, 궁극적으로 통일정책의 초점은 어디에 맞추어야 할 것인가? 대북정책의 경우 그것은 “남북한 화해협력을 통한 평화공존에 동의하는 북한 주민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인 통일정책은 평화공존 과정에서 통일이 현실화될 수 있는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 우리와, 우리 체제와 함께 하려는 북한주민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북 화해협력 정책 핵심이 여기에 있다.

 북한 주민에게 우리의 성숙한 민주사회가, 함께 하려는 동포애가 전달돼야만 한다. 북한주민의 삶을 개선하면서 우리 사회를 느끼게 할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경제협력·식량지원 등을 이러한 시각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 즉 북한주민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정책, 한반도에서 그들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려는 우리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songw@kin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