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간 합종연횡에 따른 국내 인터넷전화(VoIP)장비 업계에도 급격한 판도 변화가 진행중이다.
시스코시스템스·어바이어·노텔·알카텔 등으로 대변되던 시장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생긴 것이다. 일단 삼성·LG와 각각 제휴 또는 합작사를 설립한 어바이어와 노텔 간에는 파트너에 대한 체계는 기존 체제를 유지한다는 큰 줄기를 잡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가 과도기적인 형태라며 안정기를 거치면 파트너 체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의 눈=현재 인터넷전화장비 업계의 고요함은 앞으로 다가올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폭풍전야’에 있다. 아직까지 삼성전자와 어바이어, LG-노텔 등과 같이 합병과 제휴에 따른 인위적인 파트너 조정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사업 특성상 하루 아침에 협력사 관계를 조정할 수는 없기 때문. 그러나 협력 회사간에 합병이나 제휴가 자리를 잡는 시점이 오면 파트너들의 위상도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 같은 움직임은 파트너들이 먼저 보이고 있다.
예컨대 합병전 독보적인 위치를 누렸던 A사의 경우 경쟁사의 제품을 취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재정비 움직임은 없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 판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임시 ‘동거’=기업간 제휴·합병에 따른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다. 삼성전자와 어바이어간에는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기조이다. 따라서 기존 삼성전자의 파트너가 어바이어의 제품을 구매하려면 어바이어 파트너를 통해야 한다. 삼성은 어바이어로부터 시스템통합형 파트너인 DT에 인티큐브·한솔텔레콤·새한정보시스템·카티정보 등 4개 사와 유통전문 파트너 아리씨스 등 모두 5개사를 넘겨 받았다.
LG-노텔도 마찬가지다. 현재 노텔 파트너였던 ECS텔레콤과 LG전자의 파터너였던 링네트·텍셀네트컴 등이 공존하고 있다. LG-노텔 내에는 기존 LG전자팀과 노텔팀이 존재한다.
◇대기업 관계사가 ‘열쇠’=변화의 핵심은 기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파트너였던 관계사들의 움직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네트웍스·서울통신기술·에스넷·삼성SDS 등 기존에 관계를 맺어온 대규모 기업들이 존재한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 CNS·링네트 등을 비롯한 관계사가 많이 있다. 이들 기존 협력사와 그룹 관계사들이 어떤 위치를 차지해 가느냐에 따라, 기존 다국적 기업 파트너의 위상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변화 시기는 합작사나 제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최소 기간인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기존 파트너가 시험 장비와 인력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추면, 심사를 통해 새로운 파트너 자격을 얻을 수 있다”며 “기존 과도기 체제는 6개월∼1년 정도면 급격히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