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럽 `TV전쟁` 초읽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중국 TV 생산 대수

유럽연합(EU)의 중국산 브라운관(CRT)TV에 대한 ‘반덤핑 관세 판정’에 중국 TV업계가 크게 반발해 조사 자체를 거부하면서 ‘중-EU TV 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화사 통신 등 중국 언론들을 인용, 캉저·하이얼·TCL·창홍 등 중 TV업체들이 지난 2002년부터 지속돼 온 EU의 ‘수입 규제안’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EU의 덤핑 조사 수용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1일 EU는 중국산 브라운관(CRT) TV에 44.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성명을 밝힌 바 있다.

중국 TV업계의 반발은 지속적인 통상 마찰을 빚어온 중 가전제품에 대해 더 이상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는 용납할 수 없다는 의사 표시여서 EU 이외 미국 당국의 덤핑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 업계가 2002년 EU와 △연간 40만대의 수출 제한 △최저 수출가(82유로(약 9만5000원)) △정기적인 덤핑 조사 수용 등에 합의하고 뒤늦게 딴청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덤핑 조사 못 받겠다=최대 TV업체인 캉저는 “수입 규제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며 향후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캉저는 지난 달 말 EU의 덤핑 조사를 가장 먼저 거부해 이번 사태를 야기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사실 중 업계의 ‘약속 위반’은 지난 해 9월 7개사가 EU에 대해 2002년 수입 규제안 합의를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이미 예견됐다. 당시 중 업계는 CRT TV의 최저 수출 가격이 EU시장의 실제 가격보다 60% 이상 높아 도저히 82유로에 맞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비규제 대상인 LCD TV 등 평판TV 수요가 전 유럽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CRT TV를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입장도 내놓았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 수출하는 CRT TV 물량도 날로 줄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04년 10만7700대였던 7개사의 유럽 수출 물량은 지난 해 들어 1만5900대로 크게 감소했다.

◇<>당할 만큼 당했다=EU 반덤핑 관세 발동으로 규제를 받았던 건수는 2004년까지 10년 연속 중국이 최다였다. 그 중에서도 TV는 ‘무역 마찰의 씨앗’으로 지적된다.

EU는 88년과 92년 중국에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고 98년 말에는 44.6%의 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유럽 T V수출을 사실상 봉쇄해 버렸다.

이후 중 정부는 EU 각국과 교섭을 거듭, 관세율을 철폐하는 대신 2002년의 수입 규제안을 받아들였다. 미국도 2004년 봄 21인치 이상 중국제 CRT TV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해외 생산 확대로 무역 마찰 회피=유럽 보호주의의 선례를 만들다시피 해 온 중국 TV업계는 이번 만은 반덤핑 판정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별로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해외 생산을 확대해 마찰 시비를 없애는 쪽이 ‘실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캉저는 이미 멕시코·헝가리·인도네시아·태국 등지에 TV 생산공장을 확보했다. 생산능력 만도 연 300만대에 달한다.

창홍은 지난 달 체코에 연 100만대의 평판 TV 공장을 완공했다. 2004년 프랑스 톰슨의 TV 부문을 인수한 TCL은 유럽 수출용 전 제품을 구 톰슨의 현지 공장에서 공급한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