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칩·모듈 `수출 딜레마`

 지상파DMB 서비스가 중국·유럽 등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칩과 모듈 등 단말기 핵심부품의 중국 수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에서 수입한 칩으로 중국에서 지상파DMB 단말기를 생산하게 되면 국내는 물론 해외수출을 기대하던 단말기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MB 단말기 업체들은 최근 국산 지상파DMB 멀티미디어칩 및 모듈 업체들의 해외진출 움직임과 관련, 수출된 국산 부품이 중국 등에서 단말기 생산에 활용될 경우 관련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보고 DMB전문협의회를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중이다.

 특히 중국이 저가를 앞세운 단말기를 공급하기 시작하면 국내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산 지상파DMB 단말기를 중국에 수출할 때는 30%의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칩과 모듈 등 부품은 무관세여서 중국산 단말기와 경쟁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지상파DMB 핵심기술은 한국이 가장 앞서 있으며 멀티미디어칩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본방송이 시작된 곳이 우리나라밖에 없기는 하지만 지상파DMB 단말기를 만든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칩과 모듈이 수출되면 수개월 안에 중국산 단말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기 업체 한관계자는 “가격 면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특히 관세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칫 한국이 키워놓은 지상파DMB 시장에서 중국 등 해외업체가 단말기를 만들어 돈 버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박일근 DMB전문협의회 의장은 “협의회 참여기업들끼리 대책을 논의중이다”며 “단말기 업체들은 대부분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모듈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 측과 수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당장 한국산 칩을 구입한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의 단말기 품질 수준을 따라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고급화와 차별화 등 성능과 실력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칩이나 모듈 생산 업체 입장에서는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게 당연하다는 점에서 단말기업계와의 해결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수출협상을 진행중인 모듈업체 관계자는 “자칫 국내 단말기 업체들에 부메랑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시작한 수출 협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설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관계자는 “칩 수출로 세계 지상파DMB 시장 전체가 커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국가적으로는 수출하는 쪽과 하지 않는 쪽 어느쪽이 나은지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며 “칩을 수출하더라도 현재처럼 몇 개월 앞서가는 기술을 계속 유지하며 경쟁력을 쌓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