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의 설비투자가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어 걱정이다.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확대 재생산을 위해서는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IT기업들은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하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최근 83 업종 3598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2006년 설비투자 계획’에 따르면 올해 IT업종의 설비투자 규모는 21조1017억원으로 작년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2004년에 비해 3.8%나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2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IT업종의 설비투자율 하락은 국내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IT업체의 투자규모가 제조업 총 투자의 4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IT업종의 투자 규모가 감소하면 그동안 우리 경제를 견인해온 IT산업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있고 내수경기 회복이나 수출확대 등에도 지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산업은행은 IT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배경을 반도체·LCD 등의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들 분야의 설비투자 동향을 보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드는 추세여서 심상치 않다. 반도체 업종은 작년에 투자가 2.9%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5% 더 줄어들고, 전자부품 전체적으로는 작년 4.5% 하락에서 올해는 3.8%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에 투자가 53.4% 줄어든 컴퓨터는 올해도 15% 정도 하락하고, 영상음향기기 업종도 작년 32.9%, 올해 16.3%를 각각 줄일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요인으로 수요부진을 꼽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IT기업은 아직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올해 내수가 회복되면서 잠재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IT기업은 여전히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투자를 늘리겠다는 IT기업을 보면 와이브로·고속하향패킷전송(HSDPA) 등 신규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는 통신업종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통신·가정용 기기 업체에 불과하다. 수익성이 전제되거나 필요한 투자만 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설비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성장잠재력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우리 경제가 5% 정도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 대외 악재를 감안할 때 수출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주름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개방화와 산업구조 고도화로 과거처럼 대형 설비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투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데에는 수요부진 등 여러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기업의욕을 꺾는 정부정책도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하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해야 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지만 기업이 신바람나게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부진 원인을 분석해 이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IT기업도 주변 여건만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