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한·미 FTA와 SW

 며칠 전이다. 아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소프트웨어(SW) 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겠냐”고 물어왔다. 엉겁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뭔가 찜찜해 공부도 할 겸 자료를 찾아봤다. 하지만 마땅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저곳 아는 전문가에게 전화를 돌려봤다. 하지만 그들도 똑같이 “영향이 있기는 할 것”이라는 추상적인 답변에 그쳤다. 정부 측에 문의했더니 “준비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문득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어느 유명 시인의 묘비명이 떠올랐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개방이라는 대세에 밀려 큰코 다칠 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외교통상부 주도로 시작된 한·미 FTA 협상은 내년 3월 타결이라는 일정에 맞춰 이미 급박히 흘러가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민간 IT단체들은 슬슬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전에 컴티아(CompTIA)라는 대표적인 단체가 ‘한미 FTA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이라는 정책세미나를 열어 시장개방에 압력을 넣더니, 최근에는 SW기업 이익단체인 BSA의 한 인사도 국내 우수 SW 품질 제도인 GS인증을 두고 “WTO 위반 가능성” 운운하며 시비를 걸고 나섰다.

사실 GS인증제도가 외국기업을 차별한다는 그 인사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 이미 대만 제품도 GS 인증을 받았다. 또 GS인증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정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도 글로벌 스탠더드(스파이스)를 놔두고 자국 인증인 CMMI를 채택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납품되는 SW는 필히 CMMI를 획득해야 한다. 이러니 “미국 인증만 글로벌 스탠더드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여하튼, 한·미 FTA 물살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나 SW가 서비스화되는 조류 때문에 한·미 간 FTA는 두 나라 SW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부와 민간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행여 ‘2007년판 SW 시일야방성대곡’이 없으려면.

◆컴퓨터산업부·방은주차장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