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자국 이통회사들에게 3세대(3G)이동통신 표준규격 선택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미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중국 3G 통신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중국의 독자적 이동통신표준규격인 TD-SCDMA를 통신업계에 강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후진타오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워싱턴을 방문한 우이 중국 부총리는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롭 포트만 미 무역대표 등과 잇따라 통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중국대표단은 협의과정에서 3G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통신업계의 우려를 전해 듣고 “중국정부는 자국 3G표준을 강요할 의사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국관리는 “통신업체들은 기술적으로 중립적 관점에서 3G표준규격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4억명의 휴대폰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이통시장이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가 올 하반기에 선정할 3G사업자 선정은 세계 통신장비시장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자국 3G시장에서 외국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TD-SCDMA표준 개발을 적극 지원해 왔다. 최근 중국의 신식사업부가 올 6월로 예상되던 3G사업자 선정을 연말로 늦추려는 까닭도 TD-SCDMA표준의 완성도를 높이도록 시간을 벌어주려는 속셈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의 이통업체들은 자국에서 개발된 TD-SCDMA표준을 채택하기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이미 상용화된 미국 WCDMA와 유럽 CDMA-2000과 달리 중국산 TD-SCDMA는 기술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TD-SCDMA 시험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여타 3G표준과 매끄럽게 연동되지 않는 문제점이 일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이통시장을 양분해온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은 기존 네트워크와 별도로 TD-SCDMA망을 구축하는 위험부담을 가능한 피하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의 고위관리들이 새로운 3G사업자는 반드시 TD-SCDMA규격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중국대표단의 발언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우이 부총리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중국정부는 자국산 PC에 정품SW탑재를 의무화하는 등 미국정부를 의식한 선물보따리를 하나씩 풀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