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할리우드 영화 극장 개봉작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극장 스크린에 걸리는 할리우드 영화들의 상영 기간도 덩달아 축소되는등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 발붙일 곳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브에나비스타·월트디즈니 등 할리우드 영화 직배사들의 극장 개봉 영화가 줄어들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의 경우 1∼2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연간 20편 안팎의 영화를 극장 개봉했지만 최근 들어 극장 개봉되는 영화가 월 평균 1편을 넘지 못하고 있다. 브에나비스타도 평균 2달에 1편 꼴로 국내 극장에 선보이고 있어 연간 10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다수의 한국 영화가 개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 개봉 가능한 스크린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성과 흥행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개봉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한국영화가 극장을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 개봉할 수 있는 스크린 확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미개봉 영화가 많아지면 영화 인지도도 자연스럽게 떨어져 부가시장인 DVD타이틀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할리우드 영화 중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드라마는 더이상 국내 극장에서 흥행성을 잃고 있으며 그나마 액션이나 블록버스터 영화만 개봉되고 있다”며 “국내 영화 팬들이 DVD타이틀이나 비디오로만 만나볼 수 있는 할리우드 영화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할리우드 직배사의 홈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할리우드 최신작들의 다양한 DVD타이틀을 앞당겨 출시하고 있다. 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했기 때문에 굳이 부가판권 유예기간인 ‘홀드백’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지난해와 올해 전세계에 배급한 영화 중 10대 성장 드라마 ‘청바지돌려입기’를 비롯해 존 쿠삭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비밀과 거짓말의 차이’, ‘키스키스뱅뱅’ 등을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고 DVD타이틀로 바로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이다. 브에나비스타 및 월트디즈니는 ‘신데렐라맨’, ‘플라이트플랜’, ‘나니아 연대기’ 등을 최근 극장 개봉했으나 ‘내 생애 최고의 경기’, ‘프루프’, ‘베놈’, ‘언더 클래스맨’ 등 극장 미 개봉작을 DVD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할리우드 직배사가 제작하거나 해외에서 인기 있는 시트콤이나 해외 드라마들을 묶은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오프라인 상품을 출시하거나 온라인 서비스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