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손을 잡은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국내 전자업계의 대표주자이자 라이벌 간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지만 협력내용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LCD용 핵심소재인 프리즘시트를 공급하고, 삼성전자가 이를 사용해 LCD모니터를 만들어 판다는 것 자체가 시너지 효과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두 회사가 LCD TV용 프리즘시트로까지 협력분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니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세계 디스플레이시장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경쟁에서 벗어나 협력함에 따라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엇보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막대한 수입 대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LCD·PDP 등 모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삼성과 LG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서로 경쟁하고 있지만 소재만은 거의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LCD 광학 필름 가운데 단가가 가장 비싼 프리즘시트는 국내시장 90% 이상을 미국3M이 독식해온 상황이어서 삼성전자가 LG전자의 프리즘시트를 사용키로 한 것은 소재산업 국산화에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더불어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프리즘시트를 국산화하고도 계열인 LG필립스LCD에만 공급해 왔던 LG로서는 소재 수요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또 가격경쟁력 제고나 부품소재 수급 원활화를 위해 새로운 공급처가 필요했던 삼성으로서는 소재 국산화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윈윈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양사의 협력도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더욱이 이번 협력은 디스플레이 소재 부문에서 LG와 삼성의 협력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과 LG는 라이벌답게 디스플레이 소재산업을 육성해 왔는데 공교롭게도 중복 분야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두 기업이 이번 협력을 계기로 교차 구매를 확대해 소재를 국산화하고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소재 품질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게 선결과제이기는 하다.
간판기업의 화합과 상생정신을 보여준다는 점도 이번 두 회사 협력의 또 다른 부수효과로 평가된다. 경쟁하면서도 협력이 필요할 때 손을 잡음으로써 기업이미지와 경쟁력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외 기업 간 제휴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갈수록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산업구조의 융합·복합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혼자의 힘만으로 경쟁에서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싸우다가도 필요하면 서로 손잡는 이른바 ‘적과의 동침’은 이제 글로벌기업의 주요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따라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업체 간 협력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소재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까지 협력관계를 넓힌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양사의 장점이 합쳐지면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번 협력이 상호 보완적 기능을 가진 기업들끼리 윈윈 차원에서 벌이는 짝짓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대기업 간,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관계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유지, 제고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창출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두 업체는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