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터넷 청약 대란은 없었다

김인순

 ‘인터넷 청약 대란은 없었다.’

 판교발 인터넷 대란 우려 속에 처음 시행된 인터넷 청약이 순조롭게 마감됐다.

 지난달 29일부터 18일까지 21일 동안 처음 시행된 인터넷 청약은 지난해 대학입시 원서 접수 사이트 마비 사태와 같은 사고 없이 청약자들이 차분하게 신청절차를 밟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사람이 판교 분양에 참여해 동시 인터넷 접속자 폭주 사태는 없었다.

 청약이 시작되기 전 일부 언론은 ‘판교발 인터넷 대란’이 온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영향이었을까.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관련 기관들은 진원지가 판교인 인터넷 대란을 막으려는 필사적인 움직임을 폈다. 이미 지난해 말 대학 입시 사이트가 마비된 상황을 목격한 탓인지 관련 기관들의 긴장상태는 과거와 달랐다. 갑작스런 동시 접속을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시스템을 갖췄고, 만약의 해킹이나 서비스 거부 공격에도 대응했다. 인터넷 청약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관련 사이트에 악성 코드가 심어져 있는지를 점검했다. 청약이 시작된 29일부터 18일까지 20여일간은 인터넷 청약과 관련된 기관들에는 한마디로 초비상 기간이었다.

 대학원서 접수 때에도 많은 네트워크 전문가와 보안 전문가는 인터넷 마비에 대해 누누이 경고했었지만 결국 사고(?)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뭇 달랐다. 이번 인터넷 청약은 각종 네트워크 장애와 보안 사고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관계기관은 만약의 사고 발생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대응하는 체제를 갖췄다. 서버 용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ISP와 함께 네트워크 장애 모니터링에 만전을 기했다. 또 관련 기관 간에 긴밀한 협조체계를 만들고 일관된 관리 정책을 적용, 신속하게 대처했다.

 이번 인터넷 청약 덕분에 관련 기관은 사전 대처의 필요성을 깨닫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배웠을 것이다. 현재 인터넷 세상에는 국경을 뛰어넘어 지능화된 웜·바이러스와 해킹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언제나 인터넷 대란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인터넷 대란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대처하면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판교 인터넷 청약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