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게임세대는…](https://img.etnews.com/photonews/0604/060424020245b.jpg)
게임세대라는 말을 들으면 ‘누가 게임세대지?’ 하고 반문하시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다음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어린 시절 ‘오락실’이라고 불리던 곳에서 동전을 넣고 게임을 즐기신 적이 있습니까? 혹은 PC를 이용한 게임을 즐긴 적은 있나요? ‘슈퍼 마리오 브러더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디아블로’ ‘워크래프트’를 직접 해보신 적은 있습니까? 이 질문들에 하나 이상 ‘그렇다’고 대답하신 분, 당신은 게임세대입니다. 스스로 게임세대라고 생각하는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저 또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게임산업에 뛰어든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저는 게임을 즐기고 자란 여러분을 통해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얘기겠지만 3000년 전 만들어진 피라미드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글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또 ‘시대의 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 역시 ‘요즘 아이들은 사치를 좋아하고 버릇이 나쁘고 권위를 경멸하며 윗세대를 무시하고 훈련 대신 잡담을 즐긴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여러분이 듣는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이런 세대 간 생각의 차이와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게임세대인 여러분은 그런 특성을 ‘능력’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특별한 세대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다중작업(멀티태스킹)에 강하다는 점입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합니다. 또 한편으로 인스턴트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전화를 받고 웹 서핑을 합니다.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노트북PC로 글을 쓰며 커피를 마시는가 하면, 그 와중에도 휴대전화는 늘 통화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 같은 멀티태스킹 능력, 무의식이 아닌 ‘의식’의 앞과 뒤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여러 가지 작업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능력은 요즘 같은 직장환경에서 매우 큰 자산입니다.
멀티태스킹 외에도 게임을 통해 여러분은 ‘경쟁을 즐길 줄’ 아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꿈꾸며 매진할 줄 알고, 한편으로는 여러 사람과 같이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을 경험한만큼 팀워크를 이룰 줄 압니다. 이는 특별한 능력이며, 게임세대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이미 우리 회사를 비롯한 많은 직장에서 여러분은 놀라운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기성 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또 하나의 세대가 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이끌어가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게임세대는 많은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게임세대인 여러분의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고 그래서 아직은 낯설기만 하지만 저는 여러분을 이해하고 여러분의 장점을 살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저뿐만 아니라 많은 경영자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게임세대 여러분, 여러분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새로운 세대입니다.
◆김영만 게임산업협회장·한빛소프트 회장 ymkim@hanbit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