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보이
지난 2004년엔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오토모 가츠히로의 ‘스팀보이’까지 공개되면서 재패니메이션 팬을 흥분시켰다. 이 작품 중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스팀보이다. 스팀보이는 산업화된 19세기 영국 맨체스터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벌이려는 자본주의자와 그보다 진보한 기술을 갖춘 반자본주의자의 싸움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세기 영국을 지배하는 것은 증기기관. 시대만 바뀌었을 뿐 감당할 수 없는 넘치는 힘을 갖게 되어 통제력을 상실하고 폭주하는 스팀보이의 모습은 ‘아키라’를 떠올리게 한다.
스팀보이 DVD는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을 제공한다.
흡혈형사 나도열
‘흡혈형사 나도열’은 한국영화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뱀파이어와 영웅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작품이다. 제목만 봐서는 별로 기대감이 생기지 않지만 막상 영화를 감상해보면 제목에서 오는 오해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관객이 200만명을 넘으면 후속편을 만들고 400만명을 넘으면 2편과 3편을 동시에 제작하겠다’는 촬영 당시의 농담섞인 루머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라는 성적으로 2편의 제작을 확정지으며 사실이 되어버렸다. 김수로의 개성을 잘 살린 나도열 캐릭터는 다른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과는 달리 다소 어설프고 개성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영웅처럼 완벽하고 멋졌다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됐을 것이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꼭짓점 댄스나 김수로의 오버스러운 연기는 감상하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높은 작품성이나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아닌 만큼 지루하거나 따분할 때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퍼햅스 러브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 ‘퍼햅스 러브’. 중화권과 일본 모두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겸 가수 금성무, 홍콩영화의 전성기에 4대 천황의 하나였던 장학우에 한류의 대명사로 통하는 대장금의 주인공 지진희가 가세했다. 중화권에서 35년 만에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침체된 홍콩영화계에서 12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었다. 그 관심에 걸맞게 중화권에서의 성적은 아주 좋았지만 한국에서의 흥행은 매우 초라했다. 그러나 영화 자체만 본다면 퍼햅스 러브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성공을 원하는 여자, 그 여자의 시작을 함께 한 남자, 그 여자의 성공을 만들어 준 남자 간의 삼각관계는 다소 진부한 설정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극중 극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간 스토리 라인과 관습적인 해피엔딩에서 벗어나 있는 결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