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구·개발 수준에서 논의해 왔던 ‘그리드 기술’ 상용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그리드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진 우리가 산·학·연 간 협력을 통해 상용화를 앞당겨 그리드 비즈니스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컨버전스 시대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권과 온라인 음악·게임 사이트들이 그리드 기술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싸이월드는 네트워크 그리드 기술인 ‘그리드 딜리버리’를 이용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벅스뮤직과 네오위즈의 쥬크온도 그리드를 자사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굿모닝 신한 파생상품부도 트레이더 PC 10여대와 시스템을 묶어 60여개 파생상품 분석에 적용했고, 대한생명도 위험관리시스템에 그리드 기술을 응용해 분석 시간을 줄이는 시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비즈니스 그리드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1차 사업자로 엠파스와 KT 컨소시엄을 각각 선정했다. 그리드 상업화를 겨냥해 IT솔루션 업체 등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미 IT업체들이 그리드비즈니스준비협의회를 발족했으며 늦어도 6월까지 회원사를 40여개로 늘려 정식 협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리드 기술 상용화는 통신과 방송·네트워크와 컴퓨팅이 하나가 되는 컨버전스 시대에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이나 비용 절감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우리가 그리드 기술 상용화에 나서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그리드 상용화에 앞서 있다. 그리드 기술에 대해 연구 개발 수준을 넘어 이를 실제 산업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JP 모건이 주식 거래와 위험 관리를 위한 컴퓨팅 연산을 위해 수천개의 CPU를 연결하는 ‘컴퓨터 백본’이라는 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IBM과 게임 제공업체 버터플라이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 시장을 위한 주문형 상용 그리드인 ‘버터플라이 그리드’를 선보였다. 석유 탐사와 제약 개발, 생물학 분야에도 그리드 기술이 빠르게 탑재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도 그리드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전 세계 그리드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 만약 그리드 기술 상용화에 속도가 붙으면 국내에서 그리드 기술 수요는 날로 급증할 것이다. 이미 그리드비즈니스협회도 해마다 그리드 시장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 협회는 지난 2003년 그리드 시장규모는 36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75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그리드 기술의 효용 가치는 해가 지날수록 인정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외국과의 그리드 기술 격차를 이른 시일 안에 줄여야 한다. 우리 컴퓨팅 기술은 외국에 뒤져 있지만 환경 측면에서 보면 유리한 조건이 많다. 무엇보다 전국이 초고속망으로 구축돼 있어 노력하기에 따라 그리드 기술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 우선 효율적인 그리드 상용화를 위해서 국가 그리드 기술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기술표준이 되면 각 분야에 그리드 기술 적용이 쉽고 u시티 등 유관 사업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나 업계가 그리드 상용화를 위한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현안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컴퓨터 자원을 공유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위협 요소에 대한 보안대책과 개인 정보 유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리드 상용화를 통해 성공적인 그리드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면 산·학·연 간 유기적인 협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