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한국 게임의 힘](https://img.etnews.com/photonews/0604/060428014747b.jpg)
지난 3월,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열렸던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선수 개개인의 승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승리’를 위해 투혼을 불사르며 야구 강국 미국과 일본을 당당히 꺾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대형 태극기를 세우던 선수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뜨거운 감동이 밀려온다.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매개체로서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의 영역은 빠르게 커가고 있다. 과거의 스포츠가 근력과 지구력을 바탕으로 하는 ‘힘의 스포츠’만을 의미했다면, 현대는 치열한 두뇌싸움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멘탈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게임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e스포츠’ 역시 디지털시대가 만들어 놓은 대표적인 현대 스포츠 중 하나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인식됐으나 지금은 e스포츠가 팬들의 성원 속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델로 성장한 것은 자부할 만한 일이다.
이렇듯 우리나라가 e스포츠의 모범임과 동시에 온라인게임 분야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게임산업 그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선진 게임산업을 배울 수 있고 국내 게임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유명 글로벌 게임전시회 참여를 꼽는다.
‘세계 게임산업의 트렌드와 비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참가는 필수적’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권위 있는 게임전시회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오는 5월 10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LA에서 열린다. 전 세계 500개 이상의 게임관련 업체가 참가해 열띤 홍보전을 치르는 E3는 국내게임업계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국제 비즈니스 기반을 조성하는 최고의 기회다.
우리나라가 E3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온라인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로 양분된 콘솔플랫폼 업체 간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게임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E3 직후 AP통신은 ‘한국 온라인 게임의 높은 질이 널리 알려진만큼 다른 장르나 다른 스타일의 온라인게임으로 진입하기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고, 게임전문 웹진 게임스팟은 ‘미국의 게임회사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을 하루빨리 다운로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3 게임테마의 지각변동의 축을 한국의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이 이루고 있는 것이다.
게임의 한류열풍은 E3에 참가한 한국업체들의 비즈니스 성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한국공동관을 통해 E3에 참가했던 국내 17개 게임사들은 수출계약액 941만달러, 상담액 총 7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수치는 그 전년도인 2004년과 비교해 계약체결액과 상담액이 각각 102%, 25% 증가한 액수라는 것이다. 한국을 게임 변방국이라고 여겼던 미국 현지에서도 지난해부터 한국 공동관을 메이저 게임사와 주요 바이어가 몰리는 컨벤션센터 ‘사우스홀’에 마련함으로써 그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E3에는 20개 이상의 국내 업체가 출전한다. 엔씨소프트와 웹젠은 작년에 이어 200평 이상의 대규모 독립부스를 갖고 참가하고 E3에 처음 출전하는 예당온라인은 신작을 공개해 인기몰이에 나선다는 포부다. 문화관광부 지원으로 구성되는 한국공동관에는 모두 16개 업체가 다양한 장르에서 한층 높아진 한국게임의 수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듯 다부진 목표와 함께 올해 한국공동관 부스 명칭도 ‘한국 게임의 힘(Power of Korea Game)’으로 정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야구로써 대한민국의 강한 인상을 남겼던 미국 현지에서, 이번에는 게임산업을 통해 ‘IT강국 코리아’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어놓을 수 있는 기회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주최하는 게임전시회 지스타(G★)가 E3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게임전시회로 도약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정문경 지스타조직위원회 사무국장 jungfrau@gst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