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사업자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추이
최근 단행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케이블TV수신료 인상이 KT와 하나로텔레콤 등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끌어오는, 이른바 ‘윈백’(winback) 효과로 나타나고 있어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SO들은 특히 이번 요금 인상을 통해 직접적인 수익 증대 효과는 물론이고 통신사들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윈백할 수 있는 기회까지 확보하게 돼 ‘일거양득’의 상황을 맞고 있다. 실제 SO들은 기존 가입자들로부터 수신료 인상과 채널 재편성에 대한 항의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이번 인상을 계기로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SO들이 내세우는 것은 케이블TV방송 수신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결합상품이 총액 기준으로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단품보다 많게는 50% 가까이 싸다는 점. 일례로 한 지역 SO는 5000원이던 수신료를 1만원으로 올린 후 항의하는 가입자에게 “사용중인 KT나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변경하면 7000∼8000원 저렴한 가격에 두 가지 상품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며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최근 각 지역으로부터 SO의 저가 요금 공략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따르고 있다”며 “KT는 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로 결합상품을 팔 수도 없고, 요금도 묶여 있는데 이런 상황이야말로 불공정한 게임이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는 SO들이 기간사업자로 전환되는 7월 이전에 최대한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신분 변화’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원가상승에 미리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것.
즉 SO가 기간통신사업자로 전환되면 상호접속료 인상은 물론이고 전주임대료 인상, 백본망 이원화를 위한 투자, 품질관리 향상 등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여러 조건이 바뀔 수밖에 없고, 결국 늘어나는 비용을 사전에 충당할 방안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는 이에 따라 SO가 기간으로 전환한 후 다시 한 번 요금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회계 분리 등으로 원가를 명확하게 산정할 경우 SO의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파격적’이라는 게 드러나면 SO는 오히려 추가 요금인상을 단행할 명분을 얻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로텔레콤 측 관계자는 “SO가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통신사업자만큼 하겠느냐”며 “지금은 가입자들이 저가 요금에 매력을 느끼겠지만 결국엔 기습적인 추가요금 인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통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SO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11% 수준이다. 그러나 방송위 조사에 따르면 SO 점유율은 실제 18%에 이르고 올 연말께면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 SO관계자는 “일부 지역 SO에서 특정 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는지 모르겠으나 일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요금인상에 대해서도 “요금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특히 SO는 통신사와 달리 가입자 모집에 따른 수수료 지급을 하지 않고, 마케팅비용 측면에서도 통신사업자보다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