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문서 시대의 기초 축성

[열린마당]전자문서 시대의 기초 축성

IT 보급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변화는 단지 컴퓨터가 책상 위에 한 대 있게 된 그런 현상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업무가 전자적으로 처리되고 온갖 사회적 소통이 전자적으로 진행되는 등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지 이미 오래다. 이에 따라 업무의 흐름이 혁신되고 거래의 방식과 내용이 바뀌며 나아가 소비자와의 소통을 포함한 기업의 존재 양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문서의 세계는 보수성을 유지해왔다. 이미 모든 문서가 전자적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굳이 이를 출력한 종이문서만을 원본으로 삼는 우스꽝스러운 행태가 계속됐다. 종이문서만이 법적 효력을 지님으로써 업무는 전자적으로 수행하고도 별도로 법적 증빙을 위해 종이문서를 따로 보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번에 정부가 전자거래기본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를 시행토록 한 것은 전자문서 시대의 기초를 축성한 중대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종이문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법적·제도적 근거를 만들어 전자문서 시대의 본격 도래를 촉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종이문서 보관비용 등의 경제적 손실을 막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전자 시대에 걸맞은 시장경제 영역의 전반적 혁신을 앞당기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평가돼야 할 것이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의와 효과를 지닌다.

 첫째, 공인된 기관에서 공인된 방법으로 관리하게 함으로써 종이문서를 대신해 전자문서가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

 둘째, 개별 기업에 진본 전자문서의 개념을 보급함으로써 본격적인 전자문서 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의 시행으로 개별 기업은 이제 종이문서를 없애고 이를 대신해 진본 전자문서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 갈 것임이 틀림없다.

 셋째, 종이문서로 각종 증빙이나 제출이 의무화됐던 부분들이 단계적으로 전자문서로 대체되는 시발점 역할을 한다. 공공영역의 전자문서관리 제도만으로는 전 사회가 전자문서 시대로 진입할 수 없다. 시장경제 영역과 일반 사회 영역에서 모두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마련됨으로써 전 사회의 전자화가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산업 전반의 역동성·신속성을 강화해 산업발전 속도를 배가하는 데 보이지 않는 기반 역할을 한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종이문서 이동에 걸리는 시간으로 인해 제약을 받았던 요소들이 점차 개선되며, 이는 기업 경영발전에 커다란 보탬이 될 것이다.

 다섯째,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시스템 개발·보급으로 IT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시행 촉진을 위한 방책을 세우고 위험요소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나중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자나 이용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등 시행 촉진 방안과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시스템 개발업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운영에 내재된 여러 위험요소에 대한 관리방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문서 진본에 대한 위·변조나 망실과 같은 위험, 이용자와 보관소 간의 전자문서 송수신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각종 재해로 인한 위험 등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행이 촉진되고 위험 대비책까지 마련된 상태에서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가 실시된다면 우리 사회는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본격적인 전자문서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가 우리나라를 인터넷 인프라 강국에서 명실상부한 인터넷 강국으로 발전케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관리학과 교수 ikha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