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유무상통의 새로운 남북경협](https://img.etnews.com/photonews/0605/060502015416b.jpg)
지난 1974년 2월 북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5기 8차 전원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 정치국 정치위원으로 선출되면서 마침내 김일성 주석의 유일 후계자로 추대된다. 그 다음해인 1975년 7월 1일 김정일 위원장은 함경산맥 마천령 깊은 골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검덕광산을 현지 지도하게 된다. 마천령은 매우 높고 산세가 험준해 옛날에 한 장수가 말을 타고 이를 넘다가 고개가 어찌나 높은지 투구가 하늘에 닿을까 싶어 허리를 구부렸다는 전설까지 전해지고 있다.
당시 이 광산을 찾은 김정일 위원장은 주위의 거듭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8㎞에 달하는 지하막장 한 끝까지 직접 들어가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귀로에 오르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검덕광산이 생산에서만이 아니라 사상·기술·문화 혁명에서 전국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상·기술·문화 3대 혁명은 북한의 총노선이었다. 그리고 1975년 11월 김정일 위원장은 마침내 3대 혁명을 대중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새로운 대중운동으로서 ‘3대 혁명 붉은기 쟁취 운동’을 발기했다.
그런데 그 이전의 대중운동과는 달리, 처음부터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구상하고 추진한 이 운동에 제일 먼저 호응하고 나선 곳이 바로 이 검덕광산이었다. 1975년 12월 1일 검덕광산 종업원 궐기모임이 열리고 여기서 처음으로 ‘3대 혁명 붉은기 쟁취 운동’의 봉화가 지펴졌던 것이다. 이후 검덕광산은 이 운동의 본보기가 되었다. 현재 이 ‘3대 혁명 붉은기 쟁취 운동’은 북한 헌법에 명시돼 있으며, 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그 의미가 남 다를 법도 한 북의 검덕광산이 향후 남북 공동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4월 21∼24일)에서 함경남도 단천 지역을 ‘민족 공동자원 개발특구’로 지정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북측이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단천 지역에 검덕광산(현 검덕광업연합기업소)이 있는 것이다.
검덕광산은 매장량 3억톤으로 추정되는 북한 최대의 납·아연 생산지며, 여기서 생산된 납·아연 정광은 주로 단천제련소에서 한다. 북 주민은 이 단천 지역을 ‘금골’이라 부른다는데, 검덕광산의 경제성이 금처럼 높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뿐만 아니라 단천 지역에는 매장량(36억톤 추정) 세계 1위로 평가되는 마그네사이트 광산(용양·대흥 지구)이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마그네사이트를 원료로 마그네사이트 클링커를 생산하는 단천마그네샤 공장이 있다. 그만큼 지하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지난해 있은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남북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자원과 노동력 등 남북의 경제적 요소를 결합한 상생의 경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측이 북측에 의복·신발·비누 등 경공업 제품 원자재를 제공하고, 남측은 북측의 아연과 마그네사이트 등 지하자원 개발에 투자하는 유무상통의 새로운 경협 방식이 그것이다. 이 문제는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의 합의에 따라 5월 개최될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협의될 예정이다.
물론 북측 사정에 따라 좀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단천 지역이 민족 공동자원 개발특구로 지정되면, 그것은 유무상통의 새로운 경협 모델로서 개성과 금강산에 이은 또 하나의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 될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원 확보에 열을 내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자원 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북한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경공업과 광업 등 남북 경협의 대상과 분야를 계속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만큼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태섭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tslee@inje.ac.kr
◆통일칼럼 필진이 오늘부터 바뀝니다.
오는 8월 말까지의 새 필진은 △이태섭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송혜자 우암닷컴 대표이사 △천방훈 삼성전자 상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