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가슴이 찡할 수밖에 없는 영화가 있다.
새 영화 ‘국경의 남쪽’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운명이 엇갈린 연인을 소재로 한국인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다.
평양 청년 선호(차승원)는 만수예술단 호른 연주자다. 훌륭한 출신성분에 화목한 가족, 결혼을 약속한 연인 연화(조이진)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그의 삶은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할아버지의 등장으로 산산조각 난다. 선호의 가족은 죽음을 각오하고 월남하고, 선호는 북에 남겨둔 연화를 데려오기 위해 온갖 험한 일을 전전한다.
코믹한 이미지로 각인된 배우 차승원은 ‘혈의누’ 이후 다시 진지하고 순진한 청년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북한 사투리와 남한 사회에 쉽게 섞이지 못하는 이방인의 불안한 눈빛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태풍태양’에서 상큼한 매력을 발산한 조이진도 ‘동치미처럼 쩡하고 시원한 처녀’로 공인받기에 부족함 없는 연기로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평양대극장과, 4·15 태양절 축제, 옥류관, 성산 놀이공원 등의 장면은 모두 국내에서 촬영됐지만 탈북자의 증언과 사진·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평양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냈다.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아줌마’ 등을 만든 스타 PD 안판석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이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