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비자를 받기 위해 3주 동안 7번의 서류 제출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지난달 29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밟았다.
1979년 이란혁명, 9년 동안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미국과의 대치, 외국 여인에게조차 차도르와 헤자브(스카프)를 강요하는 보수적인 근성 등. 그동안 기자의 눈에 비친 이란은 참으로 멀고도 이상한 곳이었다. 게다가 최근 이란 핵개발에 따른 미국의 군사적인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과연 그 땅에 IT는 고사하고 뭐라도 건질 것이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란은 예상을 깨고 참으로 조용하고 평화롭고 안전한 곳으로 다가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웃는 얼굴로 항상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지나가는 일행에게 ‘알로, 알로’를 외치면서 살갑게 구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감동 수준이다. 시내 어디에나 앤젤리나 졸리 같은 여성과 조지 클루니 같은 남성이 넘쳐난다. 테헤란 시내에서 만난 청년은 “미국 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이란은 정말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라고 강조한다.
더욱 놀란 것은 IT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와 한국 IT를 보는 시각이다. 이란은 광케이블을 곳곳에 깔아놓고 통신 인프라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SW 분야도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저리 융자는 물론이고 창업 시 자본금 무상 지원, R&D 자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과 비슷한 개념의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관련 조직도 만들어져 있다. IT 사각지대가 아니라 중동 IT의 허브를 자처하고 나선 이란의 현 주소다.
이 같은 이란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인기가 좋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스플레이 시장을 90% 이상 석권하고 있다. 한국 휴대폰은 자부심의 대상이다. 임홍재 주 이란 대사는 “이란 사람들은 한국 사람과 한국 IT제품을 정말 좋아한다”고 귀띔한다. 이란이 IT산업의 역할모델을 우리나라로 삼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들었다. 제대로만 하면 다른 IT 분야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이란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걷어내야 한다. 차도르 아래 감춰진 이란의 변화를 읽어내고 차분하게 다가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스크를 생각하기에 이란은 너무 큰 IT 시장”이라는 현지 IT기업 실무자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테헤란(이란)=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