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모바일이 16개 국가의 이동통신시장에 처음으로 중국깃발을 꽂는 감격을 누릴 전망이다.
글로벌 이동통신회사인 밀리콤 입찰에서 유력한 인수자로 지목되던 아랍에미리트(UAE)의 인베스트콤이 남아공화국 이동통신회사 MTN에 전격 인수됐기 때문이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아공 이통회사 MTN이 인베스트콤을 5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함에 따라 차이나모바일이 밀리콤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밀리콤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16개국에서 고객 900만명을 확보한 멕시코계 글로벌 이통회사로 지난 1월 모기업인 스웨덴의 킨네빅 그룹이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치열한 입찰경쟁이 진행되어 왔다. 이 회사의 현 시가총액은 49억 달러에 이른다.
차이나모바일은 중국당국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장려정책에 따라 밀리콤 인수전에 다크호스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두바이에 소재한 인베스트콤이 오일달러를 앞세워 여타 입찰사보다 월등히 높은 50억달러 이상의 인수가격을 제시하면서 차이나모바일의 글로벌 전략도 좌절되는 듯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일부 외신은 유가상승으로 자금사정이 넉넉해진 중동기업(인베스트콤)이 중국파워를 누르고 승리했다며 섣부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아프리카 최대의 이통업체 MTN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베스트콤을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밀리에 타진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두 회사의 인수협상은 시작한 지 불과 며칠만에 전격 타결됐다. 차이나모바일은 희망이 꺼져가던 밀리콤 인수전에서 막판 뒤집기라는 행운을 거머쥐게 됐다.
이와 관련 인베스트콤의 아즈미 미카티 CEO는 “밀리콤을 사는 것보다 MTN에 인수되는 것이 더 유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업체들은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에 나서는 과정에서 유가상승으로 오일머니를 두둑히 챙긴 중동기업에게 판판히 밀려왔다.
차이나모바일도 지난해 파키스탄 텔레콤 인수전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에시살라트에게 패배한 바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차이나모바일의 밀리콤 인수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글로벌 이통시장에서 중국파워의 급부상을 예상하고 있다.
고객수 2억5000만명의 공룡기업 차이나모바일이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탄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면 여타 중국 국영통신업체들의 비중화권 진출에도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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