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4사인 KBS·MBC·SBS·EBS는 지금까지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가 장악해온 ‘공동주택 공청망’에 대한 복구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공동주택 공청망은 국내 인구의 50% 이상이 TV시청에 사용하는 건물내 망으로, 지금까지 케이블TV사업자가 대부분 장악해왔다.
무료DTV활성화추진위원회(무디추)의 이상요 위원장(KBS 기획팀장)은 “지상파방송사가 직접 자금을 내서 공청망을 복구하는 시범사업을 추진중”이라며 “4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공청망 복구의 대상이 될 아파트를 결정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현재로서는 관악구 2개 아파트 단지(KBS·EBS), 금천구 1개(SBS), 강북지역 1개(MBC) 총 4군데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무디추엔 지상파 4사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방송기술인연합회, 언론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청망 복구란=현행법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마스터안테나(MA) TV선을 배선토록 강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료방송 수신권을 확보토록 한 것. 또 CATV선은 분리배선토록 해 시청자가 원할 경우 무료방송이 아닌 방송매체를 선택할 권한을 줬다. 지상파는 SO들이 MATV, 즉 공청망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2004년 조사에 따르면 MATV 중 68%가 훼손됐는데 상당수는 SO가 MATV를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SO가 아파트 전 가구에 싼 가격의 케이블TV 상품을 공급하는 단체계약을 한 후 CATV 신호를 MATV망으로 보낸다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서는 SO가 그간 2000∼4000원의 왜곡된 저가 케이블TV가격을 정상화하면서 아파트 측이 단체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청망 복구란 결국 SO가 점유했던 MATV망을 다시 지상파의 무료시청망으로 바꾼다는 것.
◇무디추, 1차 시범사업=이상요 무디추위원장은 이번이 1차 시범사업으로, 상황을 보며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략 아파트 단지당 공청망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은 1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지상파가 비용을 대며, 향후 아파트와 지방자치단체,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는 대규모로 공청망 복구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망=지상파 방송사들은 아날로그방송 시대에 70% 이상의 가구가 케이블TV를 시청하게된 원인으로, 이른바 ‘공청망 훼손’을 꼽는다. 지상파들은 디지털방송 시대엔 DTV 수신 환경에 투자해 각 가정에서 직접 실내안테나로 지상파DTV를 시청하거나 공동주택에서 무료로 공청망으로 보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상파는 70% 이상의 가구가 케이블TV 사업자를 통해 지상파방송을 보는 상황이 강화될 경우 결국 자신들의 방송시장 장악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지상파의 공청망 복구 시범사업은 앞으로 SO의 요금 정상화 전략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파트 주민들로선 케이블TV 가격에 저항하는 수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이 다채널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4∼5개 채널의 무료지상파방송 시청이 얼마큼 매력적으로 비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