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의 창업에서 코스닥 상장 직전까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자금이 항상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를 일부라도 해결하기 위해 작년에 새로운 금융생태계로 만든 게 프리보드다. 그러나 아직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벤처협회에서 발표한 ‘벤처 1000억 클럽’에 가입된 78개의 스타벤처를 살펴보면 국내 벤처기업의 성공률이 일반 전통기업에 비해 훨씬 높다. 창업한 뒤 매출 7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이 0.1%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창업된 2만여개의 기업 수와 비교했을 때 스타기업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투자 수익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하지만 아직 벤처에 대한 인식은 지난 2000년 ‘버블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6년 1000에서 시작된 코스닥 지수는 많은 스타벤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700에서 조정중이고, 프리보드 시장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이 충분한 자기자본만 있다면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자금은 해결할 수 있지만,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이 부족해 발만 구르는 기업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일부는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기도 하지만 많은 기업은 어느 정도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등 기관투자를 받기까지 자금경색이 있게 마련이다.
정부의 정책자금은 선택과 집중으로, 그것도 시장평가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창업벤처로서는 자금 확보가 더욱 어렵기만 하다. 코스닥 상장 심사 때 제공받는 벤처기업의 프리미엄도 계속 축소돼 상장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종전보다 길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대안 중 하나가 프리보드 시장이다. 그러나 프리보드가 개설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등록은 겨우 57개사에 불과하고, 하루 거래량도 미미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생태계를 갖추려면 시장경제에만 맡겨서 프리보드가 성장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압축성장을 위한 법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 우선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낮은 단계의 공시의무와 기업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해야 하고, 주식거래상의 0.5%나 되는 거래세를 완화하며 큰손으로 통하는 기관투자를 확보해야 한다. 코스닥 상장을 위한 프리코스닥(pre-KOSDAQ)으로 의무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프리보드에서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는 기업에 한해 코스닥 직상장이 가능한 제도도 기대해 본다. 뿐만 아니라 거래 당사자 간 상담에 따라 가격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경쟁매매 방식을 조기에 도입해야 객관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무엇보다 홍보가 미약해 많은 기업과 투자가가 프리보드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리보드에 등록하려는 벤처기업을 찾아보기 어렵고, 창업벤처나 코스닥 상장 직전의 기업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정보를 투자가들이 모를 수밖에 없다. 신문에 주시시세처럼 프리보드 종가만이라도 알려주는 고정란을 만들고, 대학생 대상의 ‘프리보드 투자대회’를 열어서 새로운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 1만개가 넘는 벤처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프리보드에서 거래가 된다면, 자금회수가 원활해지는 투자구조와 직접자금 조달을 통해 벤처기업이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미래 성장동력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 hjcho@b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