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이 좋았다.” LG텔레콤의 ‘기분존’ 서비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약관 신고나 서비스 타이밍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보조금 문제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시점을 택한 것도 그렇다. ‘기분존’은 말 그대로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소형기기(기분존 알리미)를 집이나 사무실 등 원하는 장소에 설치하면 반경 30m 이내 거리에서 유선전화 수준으로 저렴하게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유선전화와 곧바로 경쟁이 가능하다. 시외 구간에선 오히려 더욱 저렴하다.
LG텔레콤이 약관신고를 마친 것은 지난달 중순. 정보통신부는 당시 직제개편과 인사가 맞물려 어수선한 시기였다. 업무 분위기도 평상시와 달랐다. ‘기분존’을 자세히 들여다볼 상황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접속료와 기본요금 등 기존의 요금체계를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을 예상 못했을 법하다.
출시 시점도 좋았다. 와이브로와 DMB 등 융합서비스에 정신이 팔려 있던 시기였다. 당연히 원폰과 같은 부류의 상품이겠거니 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업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원폰과는 달리 ‘기분존’은 막대한 접속료 이슈가 숨겨져 있다.
시장의 관심이 온통 보조금 이슈에 몰렸던 흐름도 탔다. 보조금 시행 한 달을 맞아 판세의 유불리와 경쟁사 눈치를 보며 새 약관 신고에 정신이 없던 시기였다. ‘기분존’용 단말기 보조금 전략도 구사할 수 있다.
LG텔레콤의 전략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KT의 대응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KT 측의 표현은 역으로 전략 부재를 인정하는 셈이다. 법적 대응 운운도 군색하긴 마찬가지다. 이 같은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정통부 역시 한가롭기는 마찬가지다.
‘기분존’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단순한 저가 상품이 아니다. 잘만 하면 유선시장을 일거에 뒤엎을 수 있는 파괴력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슈가 제기되면 될수록 LG텔레콤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다.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절차를 거친’ LG텔레콤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하지만 정통부가 이미 새 규제체계 마련을 공언한만큼 사업자들이 한 발짝 물러나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품 개발 경쟁은 가열될수록 좋지만 불필요한 사업자 간 갈등은 냉각시켜야 한다.
IT산업부·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