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룸 투 렌트

[스크린]룸 투 렌트

 새 영화 ‘룸 투 렌트’는 영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영국인과 위장 결혼을 감행하는 이집트 남자의 이야기다.

 ‘나도 영국인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포스터 카피는 언뜻 우리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나 ‘그린카드’류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 영화는 도식적인 평범함을 거부한다.

 알리(사이드 타그마위)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고향 이집트를 떠나 런던에서 유학중인 청년이다. 생계를 위해 주방보조·웨이터·사진모델 등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알리에게 비자 만료일이 다가온다.

 위장결혼을 통해 영국 시민권을 얻고자 하는 그의 앞에 마릴린 먼로를 쏙 빼닮은 쇼걸 린다(줄리엣 루이스)가 나타난다.

 데뷔작 ‘작은 꿈’으로 37개의 크고 작은 국제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칼리드 알 하가르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인 이 영화에서 영국 사회 내부에 편입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방인의 고난을 ‘가볍지 않지만, 발랄한’ 터치로 그려나간다.

 ‘케이프 피어’의 철부지 사춘기 소녀부터 ‘캘리포니아’의 거친 청춘까지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해 온 줄리엣 루이스는 이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를 흉내내는 삼류 쇼걸의 낙천적 캐릭터를 휼륭하게 소화해낸다.

 마티유 카소비츠의 ‘증오’를 통해 얼굴을 알렸던 주연배우 사이드 타그마위의 빛나는 표정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