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컴퓨터 도입 1호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6년이다. 당시 정부는 인구센서스를 처리하는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과 경영자 양성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가 각각 요청한 2대의 컴퓨터 도입계획을 승인하고 국책 사업 차원에서 기종작업에 돌입했다. 1년여 검토 끝에 조사통계국은 미국 IBM의 ‘IBM 1401’을, 생산성본부는 일본 후지쯔신기제작소의 ‘파콤222’를 각각 도입기종으로 결정했다. 모두 트랜지스터를 회로소자로 사용하던 2세대 컴퓨터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2세대 컴퓨터라는 것은 사실 덩치만 컸지 성능은 극히 보잘 게 없었다. 이를테면 ‘파콤222’는 도입가격이 60만달러이고 총 하중도 트럭 5대 분량인 35톤이나 됐지만 기억용량은 고작 18KC(1만8000어)에 불과했다. 처리성능에서도 40만달러짜리의 ‘IBM 1401’가 초당 6만자를 읽는 수준이었다.

 관건은 어느 기종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컴퓨터 1호가 되느냐였다. 두 컴퓨터가 우리나라(인천항)에 상륙한 시점을 따지고 보면 1967년 3월 25일의 ‘파콤222’이 같은해 4월 15일의 ‘IBM1401’보다 이르다. 생산성본부와 조사통계국에 각각 설치돼 운용된 시점을 봐도 6월 13일의 ‘파콤222’가 6월 24일의 ‘IBM1401’보다 이르다. 게다가 생산성본부는 같은해 7월 당시 과학기술처의 계획에 따라 ‘전자계산조직 프로그래밍 기초강좌’를 열고 우리나라 최초로 컴퓨터 요원 양성요원 교육에 나서기까지 한다. 도입 1호로서 자격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된 컴퓨터 1호는 ‘IBM 1401’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인천항 통관일자, 즉 문서상의 기록 때문이다. 당시 재무부장관 소관의 수입 컴퓨터 관련 서류를 보면 두 컴퓨터의 통관일자는 4월 25일의 ‘IBM 1401’이 5월 12일의 ‘파콤222’보다 17일이 이르다. 이 기록은 당시 언론이나 각종 연구서에도 나타나 있다. 통관이 왜 일렀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어쨌거나 ‘IBM1041’이나 ‘파콤222’ 모두 오늘날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이끄는 초석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도입 40주년이 되는 내년 4월과 5월에는 특별한 행사라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IT산업부·서현진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