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되는 전자부품 수출 비중 확대

 우리나라 디지털전자산업에서 전자부품 수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들어 환율 하락 등으로 대표 수출품으로 꼽히는 휴대폰을 비롯한 정보통신기기와 가전제품 등 완제품 수출이 감소한 데 비해 전자부품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온 까닭에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전자부품 수출 증가는 고기술·고부가가치 부품 및 부분품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양상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우리 디지털전자산업의 수출이 선진국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조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전자산업 전체 수출에서 전자부품과 부분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3년부터 꾸준히 상승, 지난 4월에는 48.7%를 나타내 지난 99년에 기록했던 50%에 육박했다. 우리가 수출하는 디지털전자제품의 절반 정도가 전자부품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몇년 동안 우리나라 전자부품의 수출 비중은 30%대를 맴돌았다. 수출품의 70% 정도를 완제품이 차지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그만큼 새로운 히트상품을 계속 개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전개한 것도 이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뿐만 아니라 전자부품은 해외에서, 그것도 일본에서 조달하는 것이 많아 대일 무역적자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국내 자본재 생산기업 위축을 야기하는 등 디지털전자제품 수출이 늘어나도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전자부품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기대가 된다. 2003년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자부품 수출 비중이 2003년 35.1%에서 2004년 35.6%, 2005년 39.8%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그렇다. 올해 들어서는 이런 상승세가 더 두드러져 지난 1월 40.4%에서 2월 44.2%, 3월 45.5%, 4월 48.7%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전자산업 수출 형태가 완제품 중심에서 부품 위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대기업의 글로벌 생산기지화 전략으로 해외 현지 완제품 조립이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자부품 수출 비중이 50%는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전자부품의 수출 비중 상승세가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등 컬러TV 부품뿐만 아니라 무선통신기기·전자응용기기·계측기기 관련 부분품의 수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산업용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분품 수출 비중이 2003년 25.3%에서 올해 4월에는 31.6%로 높아졌고, 2003년 16.2%에 불과했던 가정용 전자기기 부분품 수출 비중도 지난 4월 35.7%로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디지털전자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자부품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서는 IT산업은 물론이고 한국경제의 재도약은 힘들다. 전자부품 산업이 세계적 기술력을 갖춰야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대기업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전자부품 중소기업은 대기업 하도급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시장을 뚫어야 한다. 대기업은 부품소재 중소기업을 지원해 동반 성장을 꾀해야 한다. 정부도 전자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투자가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금융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수출·내수 친화적인 성장 패턴 재구축을 위해서도 그렇고, FTA에 대비해 부품·소재 등 취약 부문에 당장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