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업체인 T사 사장은 상반기 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지만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주관사와 예비투자자들이 SW 값어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설명해도 믿어주질 않는다.
이 사장은 “SW주로 돈 번 투자자가 거의 없다는 게 주가를 낮게 평가하는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SW업체들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코스닥 SW 업체 상당수가 적자를 내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스닥 SW 업체들은 실적을 내기 위해 본래 업보다는 하드웨어(HW) 등 당장 돈 되는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SW 업체들이 육가공·엔터테인먼트·바이오 등 본업과 관계없는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주주들한테 시달려 회사를 넘긴 최고경영자(CEO)도 적지 않다.
최근 우회 상장을 통해 회사를 넘긴 한 SW 업체 CEO는 “SW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봐야 하는데 주주들은 단기간의 실적에만 매달려 회사 경영을 어렵게 했다”며 투자자들의 무지를 한탄했다.
본지 조사 결과 현재 코스닥의 순수 SW 개발업체는 13곳에 불과하다. 한때 SW를 앞세워 코스닥에 상장한 업체가 100곳을 넘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이유가 무엇이든 증시에서 SW는 각광받지 못하는 사업임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이는 SW 업계의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투자자들이 SW를 외면하면 업체들은 자금줄이 막혀 재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중인 M사 사장은 “모처럼 정부와 업계가 혼연일치가 돼 SW 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자본 시장은 SW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가시적인 변화가 없으면 SW 업체들의 증시 상장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SW 산업 육성 의지가 아무리 강하고, 업체들이 똘똘 뭉쳐도 자금줄이 막히면 결과는 자명하다. 한국에서 ‘빌 게이츠’가 나올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지고 ‘SW 강국’ 역시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된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