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산업과 한·미 FTA

[열린마당]IT산업과 한·미 FTA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으로 시장을 무섭게 공략하고 있는 중국,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제품으로 경기침체 늪을 벗어나고 있는 일본. 이 두 나라 사이에서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무대에 진출해야 하는 것이 우리 IT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다. 오늘날 가격과 기술변수 이 외에 또 다른 장벽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자유무역협정(FTA)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한·미 FTA를 놓고 뜨거운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논란은 한·미 FTA가 한·칠레 FTA와는 달리 금융·통신·법률·회계·컴퓨터 서비스·미디어 서비스·국제특송 서비스 등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쳐 그 파급효과가 크리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총생산(GDP)의 28.6%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교역순위로 보았을 때 중국 18.5%, 일본 13.3%에 뒤를 이어 한국이 13.2%로 3위인만큼 한국과 교역이 많은 국가다. 한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으로서 미국과의 FTA 체결은 미국의 대한 투자확대의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정치적 대외신인도 제고로 전반적인 외국인 투자를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우리의 각종 제도 및 규범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되고, 장기적으로 산업 선진화를 도모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한·미 FTA 체결로 우리나라 경제발전 정도와 시장개방 수준을 대외에 입증함으로써 신인도를 높이고 나아가 선진통상국가 실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고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한·미 FTA에 임하는 IT업계의 자세는 비장하다. 통신서비스 분야의 외국인 지분참여 제한을 49%보다 완화할 것을 요구받은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국인의 TV·라디오 방송 소유제한 철폐, 케이블TV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도 쟁점이다. 또 통신서비스 및 부가통신서비스의 기술 중립 보장, 부가통신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플랫폼 접근 보장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상품에서는 관세분류코드(HS코드)의 6단위 기준으로 IT품목에 해당되는 상품은 영상모니터·액정장치·무선송수신기 등 120개 상품이 해당되며, 현재 8%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들 품목에 무관세화 정도와 시행시기가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IT산업의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상품분야에서 업체들이 고민하는 것은 몇몇 상품의 관세를 폐지하는 것보다 FTA 체결 이후 이의 이행이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에서 FTA 체결을 추진하더라도 각 주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자치법에서 얼마만큼 수용될 것인지 하는 문제다.

 최근 유럽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등의 비관세 제도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RoHS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한국 IT기업 반덤핑 제소 같은 사례도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바야흐로 세계 각국은 다자주의와 지역주의를 동시에 추진해 나가면서 시장을 개방해 나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FTA 체결 국가 간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늘어갈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70% 이상인 우리로서는 개방화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전략이다. 이번 한·미 FTA 체결은 국내 IT기업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더욱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통상마찰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아울러 우리나라 경제·사회 시스템 전 분야가 업그레이드되고 국가경쟁력이 제고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교용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부회장 lkyong@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