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적판 영화배포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 온 할리우드와 P2P업체가 상호 공존 길 모색에 나섰다.
9일(현지시각) C넷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는 올 여름부터 대표적 P2P업체 비트토런트(http://www.bittorrent.com)의 파일 공유시스템을 이용해 영화·TV콘텐츠를 유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사가 P2P를 불법 영화배포를 부추기는 악의 소굴로 간주하고 서비스 중단을 요구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제휴는 이례적이다.
더욱이 비트토런트는 영화 등 대용량 파일을 나눠서 전송하는 시스템을 일찍부터 개발한데다 사용자가 4500만명에 달해 영화사로부터 암적 존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앙숙인 두 회사가 손을 잡은 배경은 고화질의 영화 콘텐츠를 웹에서 배포하려면 P2P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없다는 영화업계의 인식전환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인터넷에서 널리 사용되는 VGA급(640ⅹ480) 동영상도 다운로드 시간이 적잖게 소요되는데 향후 HD급의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려면 무려 10배나 많은 트래픽이 필요하다. 따라서 콘텐츠 유통비용을 절감하려면 영화업계 스스로 가장 대중적이며 저렴한 콘텐츠 배포수단인 P2P와 손잡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양키그룹의 애널리스트 니틴 굽타는 “할리우드가 P2P를 이용해 합법적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존 P2P기반의 영화 불법복제를 막는데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타임워너, BBC 등도 불법복제 우려만 해소되면 P2P업체와 손을 잡겠다며 이번 제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트토런트의 경쟁사도 워너브라더스와의 제휴가 P2P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불법복제의 소굴로 불리던 비트토런트가 메이저 콘텐츠 유통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지는 확실치 않다.
무엇보다 인터넷으로 영화파일을 배포할 때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기술적 대안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P2P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은 음반시장과 달리 영화시장은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아 P2P업계와 할리우드의 공존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