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단임제 속성상 발생하게 마련인 레임덕 현상을 고려한다면 참여정부가 의지를 갖고 일할 기간은 앞으로 1년 정도일 게다. 더 늦기 전에 참여정부의 정보화 분야 성과와 과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 정보화는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연속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바톤을 넘겨줘야 할 시점의 마무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정보화 분야 성과를 평가한다면 ‘매우 우수’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정보화의 현주소만 보더라도 정보망은 유선이든 무선이든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 방방곡곡 집집마다,심지어 지하철에서나 산 속에도 빠른 정보망이 연결돼 있다. 전자정부도 세계 톱 반열임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다. NEIS가 도입되고 사이버대학이 설립되는 등 교육정보화도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대기업들의 정보화 수준도 세계 최고지만 중소기업의 환경이 열악한 탓에 기업의 정보화 수준이 아직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미래를 향한 준비에서도 어느 정권보다 열심이다. IT839를 기반으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와이브로 등 차세대 신성장동력을 착착 만들어내고 있다. u-IT839 정책으로 소프트웨어(SW)·광대역통합망(BcN)·전자태그(RFID) 등에 투자를 집중하며 차세대 정보화 단계인 유비쿼터스 구현에서도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외국과의 정상회담 때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정보화 정책, IT산업과 기술을 전파하며 통상외교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루할 정도로 나열된 이 같은 물리적 성과는 그러나 ‘인식의 대변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참여정부의 백미는 정보화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네티즌,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돼온 인터넷을 온 국민의 생활 속으로 속속 끌어들였다. 대통령 당선부터가 네티즌의 혁명으로 불릴 만큼 인터넷을 정치의 실천장으로 만들었다. 취임 이후에는 공무원과 국민을 정보화의 생활화 대열로 몸소 이끌어왔다. 국정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공무원들에게 댓글을 달도록 요구할 뿐만 아니라 직접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논란과 시비도 있었지만 공무원에게 정보화를 생활화하려는 고심에서 나온 방법일 것으로 믿는다.
인터넷도 더는 진보만의 공간이 아니라 보수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최근 어느 매체는 보도했다. 인터넷을 중시한 참여정부의 태도가 이를 도외시했던 보수 진영까지 끌어들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정보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세력에 의해 곳곳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갈등 또한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정권 내부나 지지 기반에서까지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NEIS 도입을 둘러싸고 전교조가, 인터넷 언론에 편향된 자세에 전통 언론들이, 통신의 방송 진입에 방송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보화로 인해 세계 경제질서가 급격히 융합화·글로벌화로 재편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성장이냐 분배냐, 개방이냐 아니냐, 내것이냐 네것이냐 하며 으르렁대고 있다. 참여정부의 정보화가 조직적·체계적으로 추진되기보다 대통령이 내부의 합의나 인식을 뛰어넘는 앞선 실천으로 이끌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보화 관련 뉴스를 탐독하고 또 이를 챙기는 열성에서는 정부 내에서 어느 누구도 대통령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건 이제 자명해졌다.
정보화로 촉발되고 있는 반발과 갈등, 내부 분열을 해소해 관성을 심어놓는 것이 노 대통령이 남은 기간 해야 할 과제인 듯싶다. 너무 앞서지도, 편향되지도 않으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잣대로 반발과 갈등을 잠재우고 눈높이를 맞추어 가며 내부 분열을 극복해내야 한다. 자칫 이대로 운전대를 놓았다가는 정보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거나 u턴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유성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