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프트웨어(SW)다. SW산업을 제패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전략적 가상현실이 실감을 더해가는 오늘이다. 우리는 지금 SW산업의 진운을 열어야 하는 당위적 명제를 안고 있다.
SW산업에 비약의 날개를 다는 일, 그것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절박한 소명이자 책무다. 국내 IT산업 중에서 다른 분야는 몰라도 SW분야만큼은 부국의 원천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 SW산업에는 목적 지향형 개혁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다. SW산업 발전전략과 공공구매 혁신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정부 방침에 기대를 걸어 봄직하다. 실천의지에 힘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가 지식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SW산업을 키우는 것은 이젠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SW환경은 열악하다. 부가가치 면에서는 여타 산업보다 앞서 있지만 지원체계는 암담한 수준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탓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속 빈 강정이다.
따라서 제값받는 제도와 관행의 조기 정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것만 제대로 실행되면 ‘SW강국 코리아’ 꿈은 다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제값받기 정착을 통해 현재의 악순환 구조를 선순환으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 제값받기에 관한 한 정부의 자가당착과 업계의 자승자박이 SW산업에 상흔을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할 수도 있다.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 공공기관이 오히려 제값받기에 역행한 면이 있다. 업계도 이전투구식 수주로는 안 된다. 절제와 자성이 필요하다.
유치(幼稚)한 대외 의존적 산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기술자립도 문제지만 산업 자체를 가꾸고 키우는 정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게 국내 SW산업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병인(病因)이다. 새로운 발전 모델이 나와야 한다. 더는 낡은 제도의 틀 속에 SW산업을 묶어둬서는 안 된다.
기존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의식 개혁이 필수적이다. 의식 개혁이 쉽지 않은 것은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우선은 인식의 벽이다. 고질적인 문제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관행 말이다. 이는 분석에 눈이 어둡고 과학적 감각이 부족한 탓이다. 산업관리체계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문화의 벽이다. 우리는 SW발주시스템에 관한 한 원시와 현대가 공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실제 발주체계는 원시적 수준이고 시스템은 첨단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괴리감은 상호 비호감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인습을 과감하게 깨지 못하는 게 문제다.
마지막으로 감정의 벽이다. 모두 네 탓이라고만 한다. 공공 프로젝트에 떨어진 업체는 투서와 비난 일색이다. 어떻게든 흠집을 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상태로는 협력과 상생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국내 SW산업을 진정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벽, 문화의 벽, 감정의 벽을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 고정관념을 탈피할 때 비로소 사물을 대하는 시야가 넓어지는 법이다.
SW산업의 미래를 현실의 화폭에 담을 수 있는 선진화된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세기적인 디지털 혁명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마련돼야 한다. 국내 SW산업이 욱일승천(旭日昇天)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 모두 사리(私利)를 버리고 공리(公利) 앞에 실체적 진실을 내보여야 할 때다.
박현태 편집인 @전자신문, ht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