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원격 화상면회가 지속되길 희망하며

[통일칼럼]원격 화상면회가 지속되길 희망하며

작년부터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영상상봉을 지켜보며, 5년 전 북한을 오가며 영상상봉 시스템 개발과 영상상봉센터 건립을 추진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2001년 2월, 나는 여성 IT전문가로는 남북경협 사상 최초로 민간대표 방북단의 일원이 돼 북한을 방문했다. 우리 대표단은 ‘남북한 IT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4박5일 동안 머물면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조선과학원·사회과학원·조선콤퓨터센터·김일성종합대학·평양정보센터 등을 방문했다. 북한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여성이 남측을 대표하는 IT전문가로 왔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는 듯했다. 또 대한민국의 IT가 세계적 수준에 있음을 직접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놀라워 했다. 북한 관계당국은 남측과의 IT교류에 크게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고 우리는 인터넷 교류 및 남한 IT기업의 북한진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회사에서 직접 개발한 원격 영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남북한 이산가족 가상 상봉’을 제안했을 때 보인 북한의 호의적인 반응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직접 개발한 실시간 영상면회 소프트웨어를 북한에 기증했던 일은 지금까지 가장 의미 있고 가슴 뭉클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애석하게도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면서 남북 이산가족 영상상봉 일정은 무한정 지연됐고, 이미 예정됐던 카메라 등 장비 납품마저 2년 이상 보류됐다. IT로 당당하게 경제협력을 추진해 남북관계 증진에 기여하려 했던 당초 계획은 기약 없이 미루어졌다.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던 나였지만 북한의 반응만 바라보며 속절없이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5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남북 이산가족 영상상봉을 지켜보며 그 때의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념과 정치색이 없는 기술 및 경제 협력이야말로 정치적·외교적 문제로 인한 남북교류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사실도 체득했다.

 현재 남북관계를 둘러싼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암담하고 우울하다. 포괄적 대북 지원의 전제조건인 핵문제 해결의 움직임은커녕 이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마저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정치·외교적으로 극도로 미묘하고 복잡한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문을 열고 상호 신뢰와 믿음을 회복하는 교두보 마련에서, IT교류는 가장 적절한 매개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문제가 너무 (국제) 정치화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수록 정치 중립적인 비정치 분야의 경제협력과 문화교류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문을 여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이고 시의적절하며 파급효과도 큰 분야 중 하나는 바로 IT다. 지난 1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선전 등 개방특구를 둘러보고 북·중 IT분야 협력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가 IT를 통해 북한과 교류와 협력을 도모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있을 것이다.

 ‘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고 하는데, 남북이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영상상봉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거나 상봉 그 자체 의미만을 가지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의 IT업체가 북한으로 진출하고 IT교류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체제변화에 대한 북한의 완강한 거부감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도 정치 중립적인 경제·산업 전문가와 기술자들에게 일정정도 법적인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대북 경제정책의 설계와 집행을 맡겨주었으면 한다. 또 미국의 적극적인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송혜자 우암닷컴 대표 songhj@woo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