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3G 이통서비스 연기 문제인가

 LG텔레콤이 또 다시 2㎓ 대역의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IMT2000)서비스 상용화 시기 연기를 요청할 모양이다. 며칠 전 KTF가 올 연말까지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WCDMA)서비스 커버리지를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SK텔레콤이 곧 HSDPA/WCDMA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정지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그렇지 않아도 후발사업자로 2세대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LG텔레콤이 3세대 서비스로의 전환 경쟁에서마저 뒤처지는 모양새여서 우선 보기가 좋지 않다.

 LG텔레콤이 IMT2000서비스 상용화 연기를 또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와 약속한 상용화 시한을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현재까지 상용 서비스를 위한 관련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본다.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특히 LG텔레콤이 3세대 서비스 상용화 시기의 연기를 허락받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정부의 의견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라도 시험용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LG텔레콤이 그간 동기식 사업권을 비동기식으로 전환해 달라며 3세대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꺼려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상황은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연기 요청 움직임은 LG텔레콤의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보다 LG텔레콤이 종전과 달리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비동기식으로의 전환을 포기하는 대신 당분간 2세대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특히 지난해 정부로부터 허가조건 변경이 받아들여진 기존 PCS(1.8㎓)대역 ‘EVDO’ rA 기반 서비스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연기 요청 움직임은 LG텔레콤이 아직 시장성을 장담할 수 없는 3세대 서비스에, 그것도 기술진화에 한계가 있는 동기식에 당장 투자하기는 여전히 꺼려진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LG텔레콤의 움직임이 결국 정부의 IMT2000 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등 혼선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IMT2000 상용화 일정을 1회에 한해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LG텔레콤은 비동기식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지난 2003년 상용 서비스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한 바 있어 이번 시한을 넘기게 되면 사업권을 반납하거나 정부로부터 허가 취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방침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정부가 법에 따라 당장 LG텔레콤의 사업권 허가를 취소할 경우 3세대 서비스 육성 정책이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정부로선 허가조건을 일부 변경하더라도 LG텔레콤이 동기식 사업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3세대 육성정책의 신뢰성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상용화 문제로 정부와 사업자가 줄다리기하는 사이, 밖에서는 통신서비스가 다양하게 발전할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선 WCDMA의 주도권 확보와 휴대인터넷 기술 리더십 확보에 혈안이다.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지만 3.5세대, 4세대로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추세가 이렇다면 정부는 기존의 IMT2000 로드맵만 고집할 게 아니라고 본다. 3세대 서비스 상용화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장 활성화인만큼 통신서비스 로드맵은 기본적으로 민간 사업자와 공유할 때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 없이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도 하지만 민간 주도의 통신발전을 추구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