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자치단체의 정보화 사업이 뒤로 미뤄지거나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방 자치 살림을 잘 꾸려줄 참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아야 한다. 이른바 주민의 실제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임자를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등이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철저한 공익의식과 능력을 갖춘 지방 일꾼을 선출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자체의 정보화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컴퓨팅업체들의 처지에서 보면 어이가 없는 일이다.
서울시는 지난달에 발주할 예정이었던 ‘모바일 행정 플랫폼 구축사업’을 5·31 지방선거 이후로 갑자기 연기했다. 이는 서울시의 ‘u서울 마스터플랜’ 발표에 이은 후속 사업이며 서울시 최우선 프로젝트로, 관련 예산 10억원도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 시장이 출마하지 않은데다 차기 시장의 정책 구상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유비쿼터스 관련 사업인만큼 현 시장 임기 말에 발주하는 것은 무리라 판단해 연기했다는 것이다.
인천시도 관내 기초자치단체에 각종 전산시스템의 유지·보수 관련 예산을 실비만 지원해주고 있다. 정보화 예산이 작년 대비 25%가량 줄어든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어 지원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도 당초 이달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한 지방도로 전산화사업을 발주할 계획이었지만 그 시기를 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시·군·구 정보화 프로젝트도 연기된 사례가 많다고 한다. 정보화 사업을 위해 행자부가 일선 지자체에 내려 보낸 올해 국고 지원비는 작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에 대한 지자체의 집행률은 크게 밑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면 지자체 정보화에 차질을 빚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컴퓨팅업체들은 경영난을 겪게 된다. 또 지방선거 이후 전임자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후임자가 그대로 추진할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이런 지체 현상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선거는 선거일 뿐 지자체의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는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 어느덧 11년이나 됐는데도 아직까지 이런 식의 행정을 계속한다면 결국 지역주민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지방자치는 누가 단체장이 되건 그 지역에서 해야 할 일은 차질없이 수행해야 발전한다. 특히 정보화는 남보다 앞서 추진해야 그 혜택이 주민에게 돌아간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풀뿌리 민주화는 하나의 구호일 뿐이다. 이미 계획된 정보화 프로젝트까지 뒤로 미루거나 규모를 축소한다면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이 될 수 없다. 최근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를 가능케 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노력은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미 확정된 프로젝트까지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주민이 지자체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주민에게 공약을 했다면 어떤 경우라도 실천해야 한다. 만약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걸었다면 그는 지탄받아 마땅하며, 그 결과 지방자치 행정의 불신만 키우게 될 것이다. 선거를 치른다고 모든 행정을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말만 번지르르한 후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골라내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공약한 사항은 차질없이 실천하는 참일꾼을 선택해야 한다. 오늘 임기가 끝나더라도 할 일은 하는 지자체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