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는 지난주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월드 모바일 서밋’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슬로건은 거창하지만 사실 이런 유형의 행사는 이미 다국적 기업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삼성·LG전자와 같은 국내 업체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직접 상품을 소개하고 비전을 밝히는 일이 흔해졌다.
삼성전자는 ‘Q1’이라는 신개념 PC를 출시하면서 유럽과 미주에서 제품 발표회를 연 데 이어 다음주에는 중국에서 본사 주도의 글로벌 행사를 준비중이다.
제품과 사업 발표회뿐 아니라 아예 공통의 캐치프레이즈로 CF까지 만들어 글로벌 캠페인을 벌이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같은 형태의 프로모션 방법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그만큼 지역에 따른 시장 구분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여러 제조업체가 있지만 신상품조차도 갈수록 차별화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IT에서 기술 격차가 사라지면서 이전처럼 선두 업체가 누리는, ‘진입 장벽’에 따른 수혜를 받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오죽하면 IT업계에서 ‘컨버전스’라는 말만큼 흔하게 듣게 되는 용어가 바로 ‘코모디티(commodity)’겠는가.
변화한 시장 환경에서 결국 승부처는 브랜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이 로컬 지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상품을 어디에서 생산했는가, 즉 ‘메이드 인’ 시대가 끝나면서 누가 생산했는지가 중요한 ‘메이드 바이’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제 미국 제품인지 일본 제품인지, 혹은 중국 제품인지는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아직도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품질이 떨어지고 일본과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뛰어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대신 이 자리를 브랜드 파워가 채워 나가고 있다.
IT기업도 기술과 품질·디자인이 아닌 브랜드에서 경쟁력이 판가름날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느낌이다.
컴퓨터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