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지털 노마드가 만드는 유비쿼터스

말을 타고 넓은 초원을 거침없이 달리던 유목민(노마드)이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 필요한 정보를 찾아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는 ‘디지털 노마드’로서 말이다.

 거리나 이동중인 차 안에서 인터넷 검색과 TV 시청을 하고,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공항에서는 컨베이어벨트에 수하물이 나올 때마다 승객의 항공기 좌석번호가 자동적으로 스크린에 표시, 승객들은 자신의 수하물 도착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의 전자태그(RFID)가 붙은 쇼핑 카트는 소비자가 예산에 맞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하며, 주로 구입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도 안내해준다. 또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진다.

 현대인은 이제 한곳에 오래 정착할 필요가 없어졌다. 디지털 노마드족으로서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며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있다. 또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제약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고 있다.

 특히 ‘IT 분야의 미래’로 평가받는 우리나라는 새로운 노마디즘 개척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선인터넷·휴대폰·MP3·DMB와 같은 노마디즘 산물로 세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디지털에 강한 한국인을 ‘사이버부족’(cybertribes)이라고도 했다.

 IT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도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전략산업이다. 정보통신 일등국가를 위해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3년 IT839전략을, 올해는 소프트인프라웨어와 IT서비스를 추가한 u-IT839 전략을 각각 발표했다.

 IT839전략에서 제시된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지능형 로봇, RFID·USN 등은 기술개발 및 표준화,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부품이 함께 발전해가는 구조로 바뀌어가고 있다. u-IT839 전략으로 IT서비스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각종 서비스의 융·복합화로 시스템통합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유비쿼터스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IT 서비스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IT서비스 기업이 차세대 기술 및 시장으로 손꼽히는 u시티, u헬스케어, RFID, 와이브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구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 분야 노하우를 축적한 곳은 RFID 기술의 접목으로 소비자에게 제품 구입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게 하며, 재고와 물류 관리에도 편리한 시스템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또 IT서비스 시장 선도를 위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서비스 수준 협약(SLA:Service Level Agreement) 개념을 도입, IT서비스 중심으로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공공·국방·통신·방송 등 IT접목이 가능한 모든 분야에 걸쳐 기술과 영역을 타파한 IT서비스 진화를 목표로 하는 등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야심차게 진행한 IT839의 일부 기술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한다. 시장의 관심 부족으로 인한 부품 기술력 저하, 핵심부품에 대한 원천기술 취약, R&D에 대한 투자 부족 등이 그 이유다.

 유비쿼터스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또 하루아침에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는 개발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의 삶 전체를 변화시킬 패러다임이다. 상용화에만 급급해 기초기술에 대한 투자 없이 특정 제품개발에만 집중한다면 우리의 유비쿼터스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말 것이다. 원천기술·부품기술과 같은 기초 분야에 대한 장기적으로 투자를 통해 기술격차를 줄이도록 하는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세계적 수준인 우리나라 IT환경을 접목한다면 경쟁국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철저하고 체계적인 기술 투자 및 기술개발이 이뤄질 때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로서 유비쿼터스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oks6012@ldc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