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홈쇼핑-티브로드 송출수수료 놓고 대립

 국내 최대 케이블TV(SO·종합유선방송사)사업자인 티브로드(대표 진헌진·옛 태광산업계열MSO)과 CJ그룹의 CJ홈쇼핑(대표 임영학)이 송출수수료 인상을 놓고 대립을 빚고 있다. 두 회사간 갈등은 특히 SO와 홈쇼핑사업자간 힘겨루기 양상까지 띠고 있어 향후 사태 전개에 이목을 쏠렸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그간 통상적으로 홈쇼핑사업자가 SO에게 송출수수료로 지불해온 ‘매출대비 7%∼8%’에 대한 인상을 요구, CJ홈쇼핑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국 20개 SO와 300만 가입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티브로드는 “홈쇼핑사업자들이 사상 유래없는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주요 파트너사인 SO가 적정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CJ홈쇼핑은 “티브로드측이 전년대비 50%이상의 수수료를 요구한다”며 반발했다.

◇법적 공방 시작=CJ홈쇼핑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인천지역 티브로드새롬방송을 상대로 ‘채널변경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CJ홈쇼핑은 “새롬방송과는 2003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채널 사용 계약을 맺었는데 티브로드가 채널 번호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티브로드는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CJ홈쇼핑측과 새 계약을 맺으며 이전 계약은 효력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홈쇼핑사업자의 사업모델에서 주요 변수는 케이블TV 채널번호다. 8∼10번은 지상파방송 사이 채널로 광고효과가 커, 송출수수료도 높다. 티브로드새롬방송은 8번이었던 CJ홈쇼핑을 12번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현대홈쇼핑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정가격논란=가처분신청 공방은 1개 SO에 한정돼, 두 회사에 타격을 주진 않는다. 문제는 티브로드가 20개 산하 SO 중 7개 SO에서 CJ홈쇼핑의 채널을 변경한 것. 새롬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6개 SO의 채널변경은 법적 공방 여지도 없다.

CJ홈쇼핑 관계자는 “티브로드에 7%대 수수료를 지불중인데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면 10%대까지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우리가 제시한 수수료의 절반 정도도 지불할 수 없다는 CJ홈쇼핑의 입장을 최종 확인한 후 지불용의가 있는 타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즉, 시장에서 받아들인 적정가격이란 설명이다.

적정가격논란은 홈쇼핑의 영업이익과 SO의 적자에서 기인한다. CJ홈쇼핑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779억원였는데 정작 주요 파트너인 티브로드 20개 SO 성적표는 적자였다.

◇힘의 추 이동?=예전 SO와 홈쇼핑사업자간 관계는 홈쇼핑사업자가 우월하거나 동등했다. SO는 소규모였던 반면 홈쇼핑사업자는 자금력이 있었다. 이번 공방의 바탕에도 한빛아이앤비가 2002년 CJ홈쇼핑에게서 300억원을 차입하면서 맺은 ‘2007년까지 채널 보장’조항이 숨어있다. 티브로드가 그후 한빛아이앤비를 인수하면서 계약 관계가 이월된 것.

2∼3년새 SO가 거대화되면서 무게 중심이 MSO로 쏠리고 있다. 티브로드가 새 관계 정립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러나 홈쇼핑사업자들이 주도권을 내줄지는 미지수다. CJ홈쇼핑은 200만 가입자를 갖춘 CJ케이블넷의 1대주주다. 현대홈쇼핑은 ‘빅4 MSO’인 HCN의 모회사며 GS홈쇼핑은 지난해말 강남케이블TV를 인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J그룹과 태광그룹이 극한 상황까지 대립하진않을 것”이라며 “다만 타협점을 어느선일지, 또 경쟁 홈쇼핑사업자들이 취할 태도가 변수”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